포스코 질식사고 유족들, “어느 기관도 상황 안 알려줘, 포스코 공화국이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일행 포스코 질식 사고 유족들 만나 위로
유족, 사망 사고 4일 동안 정부 기관으로부터 상황 공유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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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19:33 | 최종 업데이트 2018-01-28 19:34

“우리 아들도 아깝고 억울합니다. 자기네들이 이렇게 하다가 문제가 생겼으면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자기네들은 문제 없이 작업을 했는데 순식간에 어떤 놈이 밑에서 작동해서 사살시켰습니다. 이 못된 놈들이 이 작당을 해놓고 지금도 규명을 안 하고...불쌍한 근로자들, 유가족들 아주 무시하고. TCC 회장도 책임이지만, 원책임은 포스코다”

28일 오후 2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세명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 이 모(47) 씨를 잃은 아버지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같은 장례식장 다른 빈소 앞에서 아버지 안 모(31)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인지 못하는 어린 아이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정미 대표와 함께 빈소에 온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고개를 돌리고서 눈물을 닦아냈다.

▲경북 포항 세명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포스코 질식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만나 위로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빈소 안내소 모니터에는 입관 시각만 나와 있었다. 발인, 장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부검 결과 질소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세상을 떠난 자도, 남은 가족들도 왜 이들을 질식하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포함한 추혜선 의원, 박창호 경북도당 위원장 등이 빈소에 앉아 20여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 기관, 정당 어느 곳에서도 빈소에 와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유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아무도 없어요. 뭘 해달라는 게 아니라 억울한 점을 규명해달라는 거예요. 관계기관도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도 본 적이 없습니다.”

유가족대책위 간사 역할을 맡은 A 씨 말이었다. 26일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아들 이 씨를 잃은 아버지는 포스코의 태도에 울분을 쏟아냈다.

“26일 사고 현장에서 국과수가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해서 유족 대표들과 현장으로 갔습니다. TCC 직원들이 나와서 차를 타고 갔는데, 국과수에서 조사하러 나왔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기다리다가 다시 사무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TCC 상무라는 사람이 흑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사고 설명을 해줬어요. 국과수 설명 들으러 갔는데 왜 그쪽이 설명을 하냐. 현장으로 내려오니 포스코 직원들이 둘러서서 기자들 대동해서 나오더라고요. 포스코가 콧대 높게 유족들을 짓밟는데 근로자들은 얼마나 더 짓밟았겠어요...”

▲고인의 빈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일행과 유가족들(오른쪽)

“올라가면 장관님하고 당장 이야기를 하겠다. 돌아가신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해서야 되겠느냐.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는 이정미 대표 말에 이 씨의 아버지는 “고맙다, 꼭 좀 도와달라”며 손을 꼭 잡았다.

포항 남구 성모병원 상황도 같았다.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난 주 모 씨와 주 씨 또래 자녀 둘을 두고 세상을 떠난 이 모(60) 씨도 장지가 확정되지 않았다.

좁은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유가족들은 처음으로 관계 기관으로부터 사고 이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정미 대표가 “유족에게 정보 공유가 안 된다고 한다. 몰살당한 것도 답답한데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해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손영산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은 “바로바로 알리겠다. 유족 대표님하고 직접 통하는 경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유족들의 분함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있었다. 포스코 질식 사고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이 “밸브가 왜 열렸는지 확인하고 있다. 복잡한 전기시스템이라 판넬 청소하는 쪽에서 스위치를 열고 작업을 하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유가족들은 “포스코 직원이냐. 어디서 나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기사=포스코 질식 사고 당시 안전장치 ‘맹판’ 설치 안 됐다)

유가족들이 제기한 맹판 미설치 문제가 나왔다. 유가족들은 맹판 설치 권한이 포스코에게 있느냐고 물었고, 노동부에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20여 분 동안 대화가 이어진 끝에 손영산 지청장이 공식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기로 약속하면서 대화는 끝이 났다. 노동부는 30일(화) 오전 10시 유가족을 만나 공식적인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

지청장과 대화를 마치고 나온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25일 노동부 보고 문서에는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유족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적혀 있었지만, 지금까지 어느 기관도 유족들에게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황을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 여기가 포스코 공화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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