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복수노조 체제로…‘행정직’ 중심 기업노조 출범

노조 업무 담당 행정직원이 설립 주도해
"간호사, 의사 아닌 행정직 이야기도...기존 노조와 협력"
경북대병원분회, "행정직과 사이 멀어진 것 사실...함께 갈 것"

20:22

경북대학교병원(병원장 정호영)에 ‘행정직’ 중심의 기업노조가 출범하면서 복수노조 체제가 시작됐다.

경북대학교병원 노동조합(위원장 여동민)은 지난달 25일 출범하면서 기존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학교병원분회)와 함께 복수노조 시대를 알렸다. 행정직 중심으로 구성된 새 노조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기업별노조로 활동할 계획이다.

여동민 위원장은 12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기존 노조가 오랫동안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간호사나 의사 외에 다른 직종인 우리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며 “현재로서는 행정직 중심이고, 앞으로 어떤 분들이 가입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 위원장은 “제가 노조 업무를 하면서 노동조합 자체가 제도적으로 보호를 많이 받으니까 장점도 많이 알고 있었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도 이제 다른 방식의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현 대통령도 노동조합을 많이 하라고 하고, 병원 집행부도 노조에 호의적이라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까 해서 새 노조를 출범하게 됐다”고 출범 취지를 알렸다.

여동민 위원장은 현재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 소속 행정직원으로 노동조합 담당 업무를 맡아 왔다. 이 때문에 사측을 대변하는 어용노조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여 위원장은 “제 부서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부서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도 되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노조가 생기기만 했는데 노노갈등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사실 부담스럽다”며 “불만이 뭐길래 노조를 만들었냐고 하는데, 불만이 터져 노조가 생긴다면 정말 강대강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보편적으로 이런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씩 풀어나가면 기존 노조와도 협력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새 노조 출범에 경북대병원분회도 당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정현 경북대병원분회장은 “사무직, 행정직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직종을 떠나 전 직원이 하나로 뭉쳐서 요구해야 노조의 힘이 커지는데, 왜 기존 노조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정현 분회장은 “조병채 병원장 시절에 병원의 행정직들이 업무 지시로 (노조 탄압에) 나섰던 것이 업무 성격상 노조와 반대편에 서서 거리가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며 “복수노조로는 노조가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같이 가는 방향을 찾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북대병원 노조가입 대상은 3,103명으로 이 중 1,066명이 기존 노조 조합원이다. 새 노조 조합원은 1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