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성단체, ‘미투 특위’ 결성…익명 제보 받고 가해자 처벌 공동 대응

5일, 대구 여성단체 집담회
'미투 특위' 구성 후 제보 창구 개설
익명 제보 통한 가해자 공동 대응
"가해자 처벌 제대로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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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6 13:11 | 최종 업데이트 2018-03-06 13:12

대구지역 여성단체가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 확산과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익명 제보를 받고, 복수의 피해자가 나타나면 가해자 처벌을 위한 행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5일 오후 7시 1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경여연)은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이후'에서 대구 지역 미투 운동 확산을 위한 집담회 '왕들의 세상 뒤집기'를 열었다.

이날 참가한 여성 단체 활동가 20여 명은 서울,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미투 운동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면서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했을 때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폭로 후 일상에 대한 두려움
피해자 지지 기반 없어
미투 폭로 저조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예술계 쪽 이야기를 들으면 본인이 경험한 것도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이라고 한다"며 "'미투'가 나 혼자가 아니라 그 이후에 쏟아질 또 다른 폭로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기대하기 힘든 게 지역의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번 미투 운동은 여성단체가 제기하기 전에 시민들이 먼저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현재는 정애향 수성구의원밖에 없는 걸 보면, 대구는 당사자들이 폭로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는 거다. 그게 지역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차 가해를 보호해줄 지지 기반이 없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에서 미투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익명 폭로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 소정 씨는 "우선 폭로를 하려면 나를 드러내야 한다. 내 일상이 무너지는 걸 무릅쓰고 폭로하기는 힘들다. 대구에서 폭로했을 때 이를 받쳐줄 기반이 없다는 뜻이다"며 "익명 고발을 통해서 피해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익명 고발 통한 미투 지원
'빨간 편지' 등 가해자 공동 대응
온·오프라인 고발 적극 대응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이날 '미투 특위'를 꾸리고, 온·오프라인 익명 제보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상담소를 운영하는 단체는 상담, 법률 대응 등과 함께 미투 운동 지원도 한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이제는 미투 넘어 '위드유(#With_you, 피해자와 함께하겠다)'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구체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대한 법률 지원이다. 상담소를 가진 단위에서는 당장 지원체계를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익명 제보를 통해 복수의 피해자가 모이거나 정치권, 공공기관 등에서 가해자가 나타나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른바 '빨간 편지'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폭로하거나, 동성로 일대에 '홍벽서'를 마련해 익명의 피해자들이 피해 경험을 폭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SNS 등 익명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통해 지역에서 나오는 미투 폭로에 대해서도 여성단체가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유재환 대구여성회 활동가는 "새로운 창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미 SNS를 통해서 폭로되는 것을 우리가 못 듣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글이 올라오면 우리가 직접 댓글도 달고, 상담번호도 안내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당했다'는 프레임보다
가해자 처벌 제대로 보여줘야

이날 대경여연은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통한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정 활동가는 "피해자가 뭘 당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가해자를 드러내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유재환 활동가도 "미투를 통해서 제대로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폭로했을 때, 무언가를 복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클 것 같다. 미투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돌아가고 싶은 곳이 어떤 곳인가 우리가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대표도 "가해자가 유명한 만큼이나 피해자가 참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 공동체의 일원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이 있는 한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된다"며 "(미투 폭로) 이후에 생겨날 공간은 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경여연은 이날 집담회를 바탕으로 6.13 지방선거에 대비해 각 정당과 출마자에게 성평등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오는 8일 오후 3시부터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3.8세계여성의날' 맞이 대구여성대회를 열고, 오는 15일 오후 7시 대구 모처에서 대구 미투 운동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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