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의회, 문 잠그고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 거부…수성경찰서는 받고 ‘반성’

수성구의회, 상 안 받으려 문 걸어 잠그고 출입도 막아

16:23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은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자로 선정된 수성구의회와 수성경찰서에 상패 전달식을 진행했다. 수성경찰서는 “국민이 주시는 회초리로 생각하겠다”며 상을 받았으나, 수성구의회는 문을 걸어잠그고 수상을 거부했다.

12일 오후 1시, 지역 여성단체와 정당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5회 대구여성대회조직위원회’는 수성구의회, 수성경찰서 앞에서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상패 전달에 나섰다.

‘여성의날대구조직위’는 지난 8일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서상국 구의원 제명안을 부결시킨 수성구의회와 데이트 폭력 신고 피해자 수사 중 인권침해를 일으킨 수성경찰서를 ‘성평등 걸림돌상’에 선정했다. (관련 기사=동성로에 퍼진 ‘#미투’, ‘#위드유’…수성경찰서·구의회 성평등 걸림돌상)

김영교 대구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성추행 가해 의원 제명에 반대한 8표는 소중하다. 더불어 무효 1표, 기권 2표를 던진 의원들에게도 감사하다. 성추행 가해 사실에 눈감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세상이 달라질 뻔했다”며 수성구의회를 비꼬았다. (관련기사=강제추행 피소 서상국 수성구의원 제명안 결국 부결)

김영교 활동가는 “성폭력이 판치고 여성혐오, 여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잃을 것은 성폭력, 여성혐오, 여성차별뿐”이라며 “정치권이 이제는 ‘아재 정치’를 갈아엎을 페미니스트 후보로 응답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성의날대구조직위’ 김숙자 수성구의회 의장에게 직접 상패를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성구의회 입구는 잠겨 있었다. 의장 비서실 소속 관계자는 “저는 받을 권한이 없다”, “받을 수 없다”는 등 말을 반복하며 결국 상패를 받지 않았다.

▲김숙자 수성구의회 의장실 앞을 막아선 비서실 소식 직원과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려는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오른쪽)

결국 10여 분 동안 실랑이 끝에 ‘여성의날대구조직위’는 문이 잠긴 의장실 입구에 상패와 ‘성추행 방조자 수성구의회 8인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두고 나왔다.

‘여성의날대구조직위’는 류영만 수성경찰서장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수성경찰서 관계자 20여 명과 면담을 했다.

류영만 수성경찰서장은 “상이라기에 부끄럽지만 국민이 주시는 회초리라 생각하겠다”며 “앞으로 수성 경찰이 대구에서는 가장 성평등하고 성폭력 수사에 모범이 되는 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사회 각 영역으로 번지는 미투 운동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방관하고 피해자를 고립시켜왔다는 게 드러났다”며 “우리는 수성구의회를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며, 수성경찰서가 어떤 변화를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꼬집었다.

▲성평등 걸림돌상을 받는 류영만 수성경찰서장(왼쪽)과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