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지산동 재건축 앞두고 교통혼잡, 조망권 침해 갈등

2015년부터 제기된 문제, 3년간 논의된 내용 없어
수성구, “대책 마련 협의할 것···재건축 조합도 대화 문 열어놔”

18:29

수성구 지산동 지산화성맨션에 거주하는 주민 40여 명은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달 1일 수성구가 인가한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 계획 재검토를 요구했다. 교통혼잡,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공사로 인한 부차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수성구(구청장 권한대행 홍성주)는 지난달 1일 지산시영1단지 주택 재건축 사업 시행을 인가했다. 1989년에 준공해 올해로 29년이 된 지산시영1단지는 2014년 소유자들이 재건축을 공식 요구하면서 추진됐다. 수성구는 2016년 7월, 재건축 조합 인가를 승인했다.

수성구가 12일 공개한 시행 인가 고시를 보면 재건축 사업은 지상 5층 아파트 14개동 700세대였던 기존 아파트를 최고 29층 아파트 9개동 899세대로 신축할 예정이다. 재건축조합은 2016년 12월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부터 우려됐던 교통혼잡이나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다. 수성구에 따르면 2015년 2월부터 해당 문제들이 우려됐지만, 공식적인 대책 마련 협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2015년 2월 재건축에 대한 수성구의회 의견 청취 과정에서 재건축으로 인한 교통혼잡이나 일조권, 조망권 침해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수성구가 제출한 재건축 계획안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 과정에서 “정비계획안은 법령에 적합하고 주민 생활의 질적 향상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및 도시미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곧이어 “아파트 세대수 증가로 주차대수 증가에 따른 출퇴근 시 진입도로 교통정체가 발생할 것, 인근 아파트와 층수 차이에 따른 조망권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분쟁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의회도 재건축 계획안을 찬성하면서도 교통혼잡, 조망권 분쟁 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대 의견을 덧붙였다.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에 반대하는 지산화성맨션 주민들이 14일 수성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수성구는 해당 재건축 사업 시행을 인가했지만, 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재건축으로 직접 피해를 입게 될 지산화성맨션 주민들은 재건축이 논의되던 2015년부터 우려를 표해오다, 지난 1월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에 따른 지산화성맨션 피해 방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을 구성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14일 수성구청 앞에서 첫 집회를 연 주민들은 “14층 앞에 29층 웬 말이냐”거나 “이기적인 정비사업, 졸속허가 취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자격없다, 이진훈은 시장 후보 사퇴하라”면서 이진훈 전 구청장을 비난했다. 이 전 구청장은 사업 시행 인가 후 12일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구청장에서 물러났다.

지산화성맨션 주민 장해균(70) 씨는 “층수를 줄이거나 교통 문제를 위해 새 아파트와 화성맨션 사이 이면도로 쪽으로 새 아파트 정문을 내는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며 “재건축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순 없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이웃들의 생활권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곧 공사를 들어가는데 먼지나 소음 대책도 설명이 없고, 지하로 2층을 판다는데 그로 인해 생길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며 “화성맨션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이렇게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수성구 건축과 관계자는 “교통 문제는 수성구가 결정한 게 아니고 대구시 건축(공동)위원회 교통영향평가를 거쳐서 결정한 내용”이라며 “지하 2층 건축 문제는 시공사 측에서 적절한 공법으로 문제없게 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양측 아파트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구청 차원에서 의견 조율을 할 계획이다. 재건축 조합 측에서도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