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200억 들인 학교 방송장비 교체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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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이 약 200억 원(2017년까지 약 95억 원, 2018년 107억 원)을 들여 화질 개선을 위한 학교 방송장비 교체에 나섰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교체하는 방송장비는 학교마다 20~30개 제품으로 구성되는데, 한 학교 예산 5천만 원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주요 장비가 ‘불필요한 장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D비디오 믹서(약 1천1백만 원), HDMI 매트릭스(약 4백20만 원), HD모듈레이터(약 4백7십만 원 X 2개)다.

HD비디오 믹서는 여러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는 기능, 영상 합성 기능(크로마키), 3D효과 기능을 갖고 있다. HDMI 매트릭스는 8~10개 HDMI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한다. 모듈레이터는 다양한 영상 신호를 디지털로 송출하는 장비다.

▲방송장비 일부. 위에서부터 매트릭스, 모듈레이터, 믹서

한 방송장비 전문가는 “영상을 디지털 화질로 개선하는 장비는 모듈레이터다. 그 외 장비는 전혀 필요가 없다. 다른 장비는 학교에서는 정말로 쓰기 어려운 불필요한 장비”라고 설명했다.

<뉴스민>이 이들 장비를 사용 중인 한 학교를 방문한 결과, 해당 학교에서는 한 차례도 이들 장비를 활용하지 않았다. 이 학교 방송 담당자는 “(믹서 등은) 한 차례도 쓴 적이 없다. 학교에서 장비를 활용하는 교육이 특별히 없다. 시상식, 방송조회, 음악방송 같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에서는 (믹서 등을) 쓸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도 있다. 한 초등학교는 방송장비를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 담당 직원 업무를 교체하지 않고 전문성을 길렀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장비의 이해도가 중요하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 담당 공무직을 바꾸지 않는다”라며 “방송 장비도 동아리 활동에 활용하거나 연극 수업, 뮤지컬 수업 등에도 활용하며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믹서가 없으면 자막기능, 배경화면 기능 등을 사용할 수가 없다”라며 “활용 교육은 업체가 물품을 납품할 때마다 하고 있지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업체에 동영상 메뉴얼을 만들어 배급해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 한 학교의 방송장비 일부

방송장비 교체에 드는 예산도 상당하다. 대구교육청은 2014년도부터 2017년 말까지 90개 학교(신설학교 19곳은 신규 구매) 방송장비를 교체하는 데 95억3천7백만 원을 들였다. 학교마다 많게는 2억6천만 원, 적게는 5천만 원이 들었다.

2017년 10월 장비를 교체한 한 초등학교는 방송장비 9천2백만 원, 설치 노무비 1천7백만 원 총 1억 2천여만 원을 들였다. 이 중 영상장비에는 4천4백만 원이 들었고, 나머지는 전관방송 장비·시청각실, 강당 방송장비 등을 교체하는 데에 쓰였다.

2017년 말부터 교육청은 관내 학교가 직접 방송장비를 구매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학교 213곳에 각각 5천만 원씩 교부했다. 즉, 2014년부터 방송장비 교체에 200억가량을 들인 셈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규모 면에서 단위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이 크다. 예산이 낭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현장에서 이용에 차질을 빚고 민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했다. 교육청의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