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데모꾼, 신명꾼 이재동, 성주군의원에 도전하다

[사드 그리고 지방선거] 무소속 이재동 성주군의원 가선거구(성주, 선남, 월항) 예비후보

12:48

[편집자 주] 경북 성주군, 김천시에서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6·13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성주군수에 이강태(43, 더불어민주당), 성주군의원에 김미영(37, 더불어민주당), 김상화(37, 더불어민주당), 이재동(50, 무소속), 김천시장에 박희주(49, 무소속), 김천시의원에 김동기(50, 더불어민주당) 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민>은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출마한 이유를 들었다. 

“이재동! 이재동! 이재동!” 2016년 7월 15일 오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방문을 앞두고 성주군청 앞에 모인 1천여 명은 한 사람을 연호했다. 군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성주사회단체협의회 관계자가 분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군민들은 이재동(50) 성주군농민회장이 걸쭉한 입담을 가진 데모꾼임과 동시에 내 고장 성주를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이재동 회장은 성주군민들의 호출에 부응해 마이크를 잡았고, 사드 반대 촛불집회의 사회자가 됐다. 집회에 나온 주민들은 서울에 김제동이 있다면, 성주에는 이재동이 있다는 자부심 섞인 말을 하곤 했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이재동 농민회장은 1일 무소속으로 성주군의원 가선거구(성주읍, 선남면, 월항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다시 한번 호출에 응답했다.

이재동 예비후보는 사드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1당 1색인 군청과 군의회가 민심이 아닌 자기 이해관계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며 의회부터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나로 똘똘 뭉치자”고 했던 김항곤 성주군수가 마음을 바꿔먹자 주축이었던 관변단체와 일부 군의원들도 마음을 바꿔먹었다. 대통령-국회의원-군수-관변단체까지 새누리당은 정말 하나로 똘똘 뭉쳤고, 제3부지가 정해지자 대부분 성주투쟁위를 떠나갔다.

“40년 가까이 자유한국당 계열에 맹목적인 지지를 했어요. 지역에선 그 세력이 너무 크니 함부로 이야기 못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속마음을 편하게 이야기 못 합니다. 1당 1색의 성주에서 의회만 조금 바뀌어도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시작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이후 지난 6회 지방선거까지 출마한 56명(비례 5명 포함) 중 자유한국당 계열 출마자는 25명, 무소속이 29명, 열린우리당이 2명이었다. 열린우리당 후보자는 모두 낙선했고, 무소속 당선자는 김한곤(4회), 백철현(5회, 당선 후 새누리당 입당), 노광희(2016년 재보궐선거, 이후 자유한국당 입당) 3명에 그쳤다. 1명인 비례대표 성주군의원은 당연히 자유한국당 계열 몫이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온 이재동 예비후보는 99년부터 참외 농사를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농사를 지으면서 바라본 성주군청 농업 보조사업의 문제점이 많았다. 생산비가 올라가는 상황이라 군청은 영농자재 보조사업을 한다. 그러나 영농자재를 턱없이 비싸게 책정해 정작 농민이 도움을 얻기보다는 영농자재업자에게 이익이 쏠린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재동 예비후보는 소수 대형화된 농업인에 유리한 영농정책을 대다수 농민을 위한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의회는 보조금 집행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요. 군의회가 제대로 견제해야 합니다. 농업이 주업인 성주에서 농민이 잘 살면 상가도 잘 살아요. 군 행정은 농민 삶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농민이 잘 사는 성주를 위해 이재동 예비후보는 ▲농업 생산비 현실화 ▲친환경·로컬푸드 육성 ▲공장 부지 난개발 규제 ▲4대강 공사로 인한 홍수 피해 대책 마련, 관련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이재동은 신명꾼이다. 사드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주민들도 그가 외쳤던 구호 “투쟁은 즐겁게, 투쟁은 건강하게”를 힘차게 따라 했다. 그는 데모 현장에서도 인상을 잘 쓰지 않는다. 꽹과리를 들고 신명을 내는 게 그의 몫이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성주 주민들에게 즐거운 일이 더 많아지도록 하는 게 군의원의 책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자유한국당의 영향이 안 미치는 군의원이 있으면 성주군이 달라집니다. 의회에 들어가서 의회를 바꾸겠습니다. 관행처럼 하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공개하고 주민들과 함께 막겠습니다. 비리를 줄여 생기는 이득은 군민 모두에게 가도록 의정활동을 펼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