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사드 반대송 유세하는 박희주 시의원, 김천시장 도전

[사드 그리고 지방선거] 무소속 박희주 김천시장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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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경북 성주군, 김천시에서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6·13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성주군수에 이강태(43, 더불어민주당), 성주군의원에 김미영(37, 더불어민주당), 김상화(37, 더불어민주당), 이재동(50, 무소속), 김천시장에 박희주(49, 무소속), 김천시의원에 김동기(50, 더불어민주당) 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민>은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출마한 이유를 들었다.

김천시 평화남산동의 박희주(49) 김천시의원 선거사무실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상가나 주거지역보다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더 눈에 띈다. 이곳은 김천 원도심이다. 1907년 김천역 개설, 1949년 김천읍→김천시로 승격 과정에서 번창했지만, 1969년 구미시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인구유출과 침체가 시작됐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김천시 동쪽 율곡동이 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내부에서도 인구유출 현상이 발생하면서 원도심은 공동화 현상과 인구감소라는 고질병을 겪게 됐다.

▲선거사무실 옥상에 올라 원도심을 가르키는 박희주 김천시의원

박희주 의원은 무소속으로 김천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경쟁자는 자유한국당 최대원(62), 김응규(62), 김충섭(63, 무소속) 예비후보다. 박희주 의원은 원도심 활성화를 시장 당선 후 주요 과제로 여기고 있다. 상업 외에는 별다른 경제 기반이 없는 원도심에서 경제 활성화 대책을 펼치고, 인구 유입까지 꾀한다는 것이다.

박희주 의원이 단체장으로선 다소 젊은 나이에 자유한국당이 독점(1·3회 박팔용 전 시장 무소속 당선, 4회부터 자유한국당 박보생 시장 3선)한 시장 선거에 나선 첫 번째 이유는 ‘사드’다. 김천은 좋은 물과 깨끗한 자연환경 때문에 환경오염에 다소 민감하다. 도시명에 샘 천(泉)자가 들어가는 김천은 시 전체가 지하수를 공급받는다. 사드 전자파 논란에 더해 군사기지 조성으로 인한 오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박희주 의원은 2016년 7월 성주군 성산포대 사드 배치 발표 즈음부터 성주를 찾았고, 8월 20일 시작된 김천 사드 반대 촛불 집회에도 참여했다.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원장도 맡았다.

▲박희주 김천시장 예비후보

“저는 사드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 방어가 아닌, 큰 맥락이 미국 MD(Missile Defence)체계에 편입된다는 의미라는 걸 초기부터 알았어요. 처음에는 박보생 시장, 김천시의원들도 다들 삭발하고 반대하는 듯했더니 새누리당에서 사드 배치 추진으로 당론이 정해지고 나서 이철우 의원이 촛불을 끄려 작업했어요. 저는 거기에 반발했고, 지금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고령화 때문에 골목골목으로 안 다니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사드 반대 이야기를 해요. 유세를 시작하면 사드 반대 로고송도 틀 겁니다.”

국회의원·시장·도의원·시의원 모두 자유한국당이 우세한 지역이긴 하지만, 박희주 의원은 무소속이다. 2014년 지방선거 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시의원 재선에 성공한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 공천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역 정치 생태가 바뀌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당리당략에만 신경 쓰고 민심은 듣지 않은 결과, 사드 반대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행동했다고 여긴다.

“지방자치가 되고 나서 공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정치는 시민들로부터 멀어졌어요. 시민 불만은 따로 있는데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씁니다. 시민들의 불만은 사람이 빠져나가고 이 때문에 또 경제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가장 힘들어합니다. 김천은 20년 전만 해도 강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찾아오는 동네였어요. 저는 시민만 믿고 앞만 보고 나가겠습니다.”

박희주 의원은 김천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깝게는 율곡동에서 경북 최고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대선 당시 득표율50.4%)를 보낸 것에서 변화의 싹이 텄다. 멀게는 혁신도시 조성으로 인한 결실도 서서히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계열 지역 정치인도 배출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배영애 경북도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드 반대송을 틀며 유세를 다니는 박희주 의원은 사드 반대 목소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박희주 김천시의원

“혁신도시가 들어오고 대표적 보수 동네 김천은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시장이 되면 사드의 진실을 알릴 겁니다. 시청을 중심으로 22개 읍면동에 사드 반대 깃발을 다시 걸 거예요. 김천역 앞에서 여전히 사드 반대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역 어른들도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잘 한다고 얘기해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시민만 바라보고 힘들 때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