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우리는 연애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 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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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10:33 | 최종 업데이트 2018-05-07 15:25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비게임 앱 순위 100위권 중에 48개가 ‘소개팅 앱’이다. 등록된 소개팅 앱의 숫자만 해도 200여 개이다. 소개팅 앱의 숫자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인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 정도는 되겠다. 사랑을 포기했다는 N포세대의 사뭇 다른 모습이다.

TV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열한 사랑의 전쟁을 하는 연애 프로그램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은 인생의 ‘짝’을 찾는다는 낭만에서 이제는 끝이 없는 썸으로 변했다. 썸만 타며 남녀 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묘사하는 채널A의 <하트시그널>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있다. 연애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의 사회적 압박감을 제거한 상태이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덕분에 젊은 세대들은 열광하기도 한다. 연애 프로그램은 연애와 사랑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전제조건을 깔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썸만 타며 남녀 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묘사하는 채널A의 <하트시그널>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있다. (사진=채널A 하트시그널 갈무리)

한편으론 미디어가 만들어낸 연애 프로그램은 고스펙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드러내며 결혼과 출산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데올로기를 고착화시킨다. 연애 프로그램은 화려한 연애만을 즐기는 청춘남녀의 환상을 재현한다. 완벽하게 갖추어진 공간(집과 호텔, 카페)과 완벽한 조건(직업,재산,명예)의 출연자들의 만남을 보여준다. N포 세대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들은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고통과 인간관계의 불안 때문에 결혼과 출산의 단계를 제거했다. 현실의 젊은 세대들은 미디어의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연애의 환상과, 현실의 결혼과 출산을 비교한다. 현실과 미디어의 괴리가 생김으로써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젊은 세대들의 처지와 반대인 연애 프로그램을 재생산하는 미디어가 우리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찬가인가? 연애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인가? 그렇다면 현재의 전략은 실패이다. 연애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애는 쉽게 하되 결혼과 출산으로 맺는 결말에는 닿을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을 다루어야 한다. 현실의 고뇌를 공감과 이해로 풀어내는 것이 미디어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역할이다. 지금의 연애 프로그램은 정글의 짝짓기를 연상시키는 출연자들의 관계도를 그대로 옮길 뿐이다. 미디어가 다루어야 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의 변화이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반복되는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연애와 사랑을 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사회적 압박이라 느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고의 변화는 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연애의 판타지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남녀의 짝짓기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고스펙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연애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않는 것 일까? 미디어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N포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던 것이지 연애와 사랑까지 포기한 것은 아님을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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