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권 가진 대구 공무원, ‘김장·벌초’ 등에 기간제 근로자 동원 논란

기간제 근로자들 “부인 운영하는 어린이집 업무에 동원”
근로조건에 재계약 및 계약 해지 조건 담겨 있어, A 씨 눈치 봤다
공무원 A 씨가 기간제 근로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확인
중구청, “A 씨 진술은 일당 주고 부탁했다며 부인...조사 진행”

20:24

대구 중구청(청장 윤순영) 공무원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와 기간제 근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무원 A(59) 씨는 주기적으로 자신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화단 관리, 김장하기와 조상 묘지 벌초 등을 시켰다. 중구청은 조사에 나섰고, 시민단체는 중구청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A 씨는 2008년~2011년,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공원 녹지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A 씨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했다. 공원 녹지 관리 기간제 근로자는 매년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뽑는다. 그러나 유경험자를 우선 선발하고, 근무태도 및 성실성에 따라 근로계약 연장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담당 공무원의 평가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업무에 기간제로 일하고 있는 B(67) 씨는 “A 씨 부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김장하러 가고, 장 담그러 작년까지 갔다. 자기 산소에 벌초하러 가는데 점심을 해서 짊어지고 가기도 했다.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계속 일을 할려면 눈치가 보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고, 2017년까지 기간제로 4년 동안 일했던 C(69) 씨도 “일요일이면 연락이 와서 어린이집에 화단 관리하고, 잡일을 하러 여러 번 갔다”고 말했다.

사적인 업무에 대한 지시가 이어지자, B 씨 등은 지난 4월 19일 중구청에 A 씨와 같이 일을 못하겠다는 민원을 냈다. 중구청은 24일 A 씨를 다른 업무로 전환시켰고, 민원 취하서를 받았다.

B 씨는 “A 씨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취하서를 주길래 사인을 했다. 그런데 A 씨는 다른 곳으로 간 게 아니고, 같은 부서에서 자리만 바뀌었다. A 씨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사건 해결을 맡겼다”고 말했고, C 씨는 “저는 이제 업무를 그만뒀지만,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2008년~2011년 사적인 업무를 부탁한 적은 있다고 하더라. 그러나 일당을 주고 부탁한 것이지 일을 시킨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진술을 받고 자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A 씨가 C 씨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 C 씨는 A 씨가 자신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강제로 동원해 일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B, C 씨는 일당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17년 1월 12일 A 씨는 “XX씨 10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 오심”이라는 문자메시지를 C 씨에게 발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A 씨 배우자는 대구시 동구에 원생이 100여 명인 어린이집 대표로 있다.

인권운동연대, 인권실천행동,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중구청에 공무원 A 씨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A 씨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강제노동 강요 등은 성실의 의무 등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함은 물론, 대부분 고령인 피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존감마저 짓밟은 반인륜적인 범죄다. 중구청장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