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NGO활동가 인터뷰] (6) 대구풀뿌리여성연대(구 북구여성회) 이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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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14:52 | 최종 업데이트 2018-05-15 14:54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에서는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단체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18개 단체와 18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화요일 싣습니다.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성서에 위치한 대구시민센터부터 칠곡 북구여성회 사무실까지는 긴 여정이었다. 우산을 접고 들어간 북구여성회는 북적북적한 동네사랑방 같기도, 책이 많은 마을도서관 같기도 했다. 사무실에는 점심 식단이었던 청국장 냄새가 정겹게 났다. 회의도 많고 일도 많지만, 하루하루 배워나가는 게 즐겁다며 청년활동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Q. 오늘 아침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날씨가 안 좋다. 사무실이 지하에 있어서 비가 오면 굉장히 습한데 가끔 방문하는 분들이 지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느냐고 하신다(웃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에서 미투 운동의 한 줄기로 미투 관련 언론 모니터링단을 꾸리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단체마다 담당자가 필요해서 어제저녁에 내가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단체 총회가 있다. 행사들이 걱정돼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거기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아침에 엄청 피곤하더라. 업무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다 처음이라 혹시 실수할까 봐 출근할 때마다 아직 긴장한다.

▲ 사무실 내 청년활동가가 업무를 하는 공간. 최근에 머리를 잘랐다며 인터뷰 글을 위해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이채령]

Q. 사무실 분위기는 어떤가?
활동가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잘 적응하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젊은 식구가 들어왔다고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어른들이 기대하는 발랄한 20대는 아니긴 하지만(웃음).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라도 막 권위적이고 분위기가 배타적인 단체들이 간혹 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체 분위기가 워낙 편안해서 오히려 적절히 선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친근하더라도 사적 관계와는 다르니까. 다른 선생님들은 그게 능숙하신 것 같다. 일할 때 서로 역할 조율이 잘 되는 편이다. 업무는 일반적인 회사처럼 주간 스케줄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변화가 있는 편이다. 단체 고유의 사업도 있고, 필요에 따라 공모에 지원한다거나 연대 단체와 함께 하는 행사들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매주 초에 회의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자꾸 생긴다. 적응하기 전까지는 정신이 없을 것 같다.

Q. 북구여성회를 활동 전부터 알고 있었나?
처음에는 이 단체를 몰랐다. 무심코 들었을 때는 대구여성회의 지부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의외로 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 그래서 활동가 선생님들께서 꽤 오래전부터 단체명을 변경하기 위해 고민하셨고, 회원들과의 논의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말부터 <대구풀뿌리여성연대>라는 새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Q. 활동 전에는 어떤 이슈에 관심이 있었나?
특정 분야를 지목하긴 힘들다. 살면서 내가 경험한 다양한 차별, 불합리함에 늘 불만이 많았다. ‘똑같이 열심히 하는데 왜 이 사람들은 안 되고 저 사람들은 되나?’ 뭐 이런 종류였던 것 같다. 탈핵이나 하천 문제 등의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서울과 지방간의 거대한 격차, 교육문제, 소수자 문제 등에 두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명명할 단어를 찾은 후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올해 졸업을 했는데, 대학을 다닐 때 학내에서 정치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참사 때부터 쭉 정치적 이슈가 있었지 않나. 사람도 조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학교 분위기가 워낙 보수적이라 토의의 장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또 우연한 사건들 때문에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단지 내 생각을, 옳다고 여기는 바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내게 공감하거나 격려해줬고, 그 과정에서 작은 조직을 꾸려간다거나 하는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생기다 보니, ‘나도 시민단체에서 일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 것 같다. 막상 결심하니 단체도 많고 어떻게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했는데, 이 사업공고를 지인들에게 전해 듣고 신청하게 됐다.

Q. 대구풀뿌리여성연대(구 북구여성회)는 어떤 단체인가?
대구풀뿌리여성연대는 규정할 수 없는 단체다. 일차적으로 ‘당당한 여성이 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운동이나 마을자치와 관련 활동이 주된 골자다. 책마실 어린이 작은 도서관, 성평등 교육센터 울림, 마을공동체 품 등이 부설기관이고, 작년까지 부설기관이던 대구여성영화제는 올해부터 법인 분리하여 자매단체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

Q. 최근 대구풀뿌리여성연대(구 북구여성회)의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최근 미투의 흐름 속에서 대경여연 소속의 다른 여성단체들과 함께 성차별-성폭력 관련 집회나 기자회견, 언론모니터링단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이슈를 둘러싼 활동들을 이어왔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풀뿌리단체다 보니 다른 여성단체들보다 ‘마을의 여성들’, ‘주부들’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수도권/도시 중심의 이 거대한 운동이 과연 지역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마을 안에서 여성운동은 어떤 형태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주의 모임을 만들고 포럼을 기획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들을 이어가며 활동가 모두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실 대구여성영화제도 이런 고민의 연장 선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역 여성이 주체가 되어 영화 선정부터 배급, 상영, GV 진행, 디자인, 행사 전반 기획 등 영화제의 요소요소들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마주하게 되는 즐거운 축제. 더불어 상업중심지가 아닌 마을에서 진행되며 유명 남성감독이 아닌 지역의 여성 영화인을 발굴해 낼 수 있기 때문에 풀뿌리 여성들에게 더욱 의미가 크다.

마을운동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팔거천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 주요하다. 생태계와 수질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인간이 보기 좋은 산책로 조성을 위한 하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천 자체도 몸살을 앓고 있고 수달이나 맹꽁이 같은 동물들이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우리단체는 펌프설치 없이도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EM발효액을 하천에 뿌리고, 생활오폐수를 줄일 방법들을 공유하며, 주민들에게 공사중지 서명을 받고, 건설관계자와 지역주민들을 모아 포럼을 개최해 공사 방향의 변경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몇 해 전 북구청에서 공사를 결정했을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는 것인데, 예산이 내려왔으니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맞서기가 참 쉽지가 않다.

또한 여성과 마을에 대한 고민이 합쳐진 다양한 활동들도 있다. ‘여성에게 모든 책임이 부과되는 양육과 돌봄노동에 대한 부담을 마을이 함께 나누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맡아주는 활동도 전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재정도 불안정하고 상근활동가 수가 점점 줄어서 이런 활동들이 지속하고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활동가 개개인의 삶을 착취하지 않더라도 단체가 지속할 정도의 재정이 확보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Q. 대구가 고향인가?
고향은 경주이다. 대학을 진학하면서 대구로 왔다. 처음에는 대구라는 도시가 너무 싫었다. 너무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내 언행 하나하나가 평가받고 힐난당했다. 괴로웠고, 처음 몇 년 동안 관계를 맺는 것을 피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유독 대구에서 이렇게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생각해봤더니, 경주는 대구보다 더 작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슈라던가 특이한 선호 같은 뭔가 예민한 문제를 일부러 꺼내어 갈등을 빚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놓고 사람을 힐난할 일을 만드는 것을 다들 꺼렸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거부의 경험들이 처음이었다, 대구에서.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은 다 서울사람이라 졸업을 하고 ‘서울로 갈까?’, ‘여행을 가본 유럽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고민을 했기 때문에 대구에 계속 남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졸업 전 1~2년 동안 우연히 학교 안에서 정치적 이슈들과 관련해 활동했던 게 대구에 정을 붙이는 계기로 작동했다.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지금은 보이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Q. 5개월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단체 선생님들과 소통하다 보면 내 이야기가 좀 새롭다고 생각하실 때기 있더라. 그런 걸 여기에 선물하고 가고 싶다. 스킬이나 매체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선일 수도 있겠다. 나는 항상 여기 있었던 사람이 아니니까 뭔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도 있고. 아, 얼마 전에는 웹포스터 작업에 쓸 픽토그램을 찾는 사이트를 선생님들과 공유했다(웃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단체의 성격이 나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카드뉴스도 만들어보고, 어쩌다 보니 서명운동에서 마이크도 잡아보고, 어쩌다 보니 행사 판넬 같은 것도 만들고, 여성주의 영화이론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최근에는 대구여성영화제의 찾아가는 상영회에서 감독님을 모시고 GV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요즘은 퇴근하고 한국사 공부를 한다. 가을에 대구여성영화제를 마무리하고 계약이 끝나는데, 일을 그만둘 때 즈음에 올해 함께 한 청년활동가가 우리 단체에 참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는 얘기, 걔가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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