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을 위한 욘수 철학] (5) 둥근 지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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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6 20:10 | 최종 업데이트 2018-05-16 20:16

[편집자 주: 현재 지방대 철학과를 다니고 있는 예비 실업자, 취업란에 마땅히 쓸 것 하나 없는 한국의 평범한 이십대들 중 하나로, 이런 자기 팔자를 어떻게든 뜯어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욘수’가 격주 수요일마다 대화로 풀어가는 철학 이야기를 연재한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유럽, 인도, 중국과 같이 도시화된 국가들이 많았고, 실크로드 무역, 항해 무역을 비롯해 정기적이고 신속한 교역이 오랫동안 이뤄졌었어.

반면 남, 북아메리카 대륙은 유라사아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늦게 이뤄졌어. 그리고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도시들 간의 광범위한 교역도 이뤄진 적이 없었고.

그래서 유라시아에서는 흑사병, 천연두 같은 전염병들이 수차례나 일어난 반면 남북아메리카에서는 그런 전염병들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지.

그것만이 유라시아와 남, 북아메리카의 차이가 아니야. 원래 전염병이라는 건 소, 돼지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가축들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으면서 생기는 건데, 유라시아 사람들과 달리 남북아메리카 사람들은 그런 가축을 키우지 못했거든.

유라시아에는 소, 말, 양과 같은 다양한 야생 포유류들이 있어서 오랫동안 농경, 목축을 했어. 다양한 종의 가축들을 오랫동안 키운 만큼 다양한 질병들에도 여러 번 결렸지.

하지만 남, 북아메리카에서는 가축화가 가능한 야생 포유류들이 4000년 전에 이미 멸종한 상태였어. 그래서 가축들이 인간에게 옮기는 다양한 질병들에 걸릴 경험도 없었지.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라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질병들에 걸리는 경험을 하지만, 남북아메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던 거야.

가축의 유무, 전염병의 유무, 그리고 지형적인 차이를 비롯해 유라시아에 사는 사람들과 남북아메리카에 사는 사람들이 겪은 경험은 너무도 달랐어. 두 대륙 사람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거지.

한마디로 말해 유라시아인들과 남북아메리카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던 거지.

서로의 다름을 알지 못한 채 유라시아 인들과 남북 아메리카 인들은 1492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통해 접촉하게 됐어.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

15세기 2000만에 가까웠던 아메리카의 인구는 유럽인들이 직간접적으로 퍼뜨린 전염병, 상대적으로 우월한 군사무기들로 자행한 집단학살에 의해 95% 이상 줄어들었어. 원래 아메리카에 살던 사람들 중 스물에 열아홉 꼴로 죽은 거지.

자신과 다른 유럽인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메리카인들은 몰락한 거야. 그리고 유럽인들은 자신과 다른 아메리카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지.

3.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생존이 걸린 문제.

16세기 유럽인들이 가져온 유라시아의 질병들은 그 질병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남북 아메리카인들을 거의 궤멸 직전까지 몰아갔다.

같은 이유에서 열대 아프리카, 동남아의 기후와 질병들은 유럽 탐험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유럽 탐험가1: 자파테크족 놈들, 우린 그냥 옷만 입혔는데 왜 피부가 문드러져 죽지? 이해가 안 되네
유럽 탐험가2: 겨우 옷을 입는 것만으로 죽다니ㅋㅋ 역시 미개한 놈들

(그로부터 몇 년 뒤)

남아시아인1: 유럽 놈들, 궂은일은 우리한테만 시키고 지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왜 이유 없이 픽픽 쓰러져 죽지? 이해가 안 되네.
남아시아인2: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만 하는데 죽다니ㅋㅋ 역시 약골들
유럽 탐험가1,2(진짜 죽어가는 목소리로): 시이…..발…….

남: 아메리카인들과 유럽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달랐는지를 이해해보면 알겠지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점령하고 아메리카인들을 학살할 수 있었던 건, 결코 유럽인들이 옳은 신을 섬기거나 옳은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야. 환경의 차이, 환경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그런 역사적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지.

‘나’ 너는 사람들이 올바른 지식,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알고 따르는 것만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네 주장과 달리 옳은 신, 옳은 지식 같은 것은 ‘신대륙 발견’이라는 거의 2,000만 명이나 죽어 나간 엄청난 세계적 불화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어.

옳음,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옳음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자신과 불화를 일으키는 상대를 ‘정당하게’ 학살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듦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불화를 만들었지. 바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이 말이야.

이런 생각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니, 너는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그러지 않으면 -내 옳은 신 또는 지식의 이름으로-내 손에 죽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논리를 만든 거야.

자신이 섬기는 신, 자신이 아는 지식이 옳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유럽인들이 이런 폭력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든 거지.

하지만 이 글은 읽은 ‘너와 나’가 알다시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쉽게 정복한 건 결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인들보다 더 우수해서나, 더 옳아서가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환경의 다름, 그런 환경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이런 역사적 결과를 낳았을 뿐이지.

: 그렇지

: 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아시아를 향해 침략의 총구를 돌렸어. 아메리카 침략에 성공한 이후 더욱더 견고해진 ‘자신의 옳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지만 그런 믿음과 달리 현실은 시궁창, 첫 탐험대로 간 유럽인들 대부분이 풍토병, 말라리아 같은 것들에 죽었어. 이번엔 아메리카인들이 아닌 유럽인들이, ‘나와 다른 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떼거지로 죽은 거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 다른 남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죽은 거야.

질병청정구역이었던 두 아메리카 대륙과 달리 아프리카, 남아시아에서는 질병들이 드글드글 했거든.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유럽인들이 질병을 퍼뜨리며 점령에 성공했다면, 이번엔 반대로 유럽인들이 열대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질병에 점령당한 거지.

남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서 일어났던 불화가 아메리카인들에게 일어났던 방식과 똑같이 유럽인들에게도 일어난 거지.

말라리아를 비롯한 풍토병에 걸린 유럽 탐험대들은, 죽어가면서 열심히 자기 신의 이름을 외쳐 댔겠지만. 그런 기도와 믿음에 무색하게도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엄청 고통스럽게 죽었어.

죽어가면서 분명 이런 의문을 가졌을 거야, ‘나는 옳은데, 나는 내 옳은 종교적 믿음과 지식을 실천했는데 왜 저 이교도들이 아닌 내가 병에 걸려 죽는 걸까?’라는 의문을. 그 의문에는 ‘유럽 탐험가들의 신’ 대신 내가 답해 주지.

‘그야 옳음, 그 자체는 우리 삶에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도 없으니까 그렇지!’

‘그런 믿음은 우리의 삶에 불화를 일으키면 일으키지, 어떤 사회적 불화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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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수(Jorn soo)
현재 지방대 철학과를 다니고 있는 예비 실업자. 취업란에 마땅히 쓸 것 하나 없는 한국의 평범한 이십대들 중 하나로, 이런 자기 팔자를 어떻게든 뜯어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