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호 칼럼] 불안한 동거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의 쇠파이프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13:27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의 쇠파이프 때문에 이만치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난폭하고 야비한 철부지 군사정권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방향을 가르쳐 준 것도 우리 노동자였고, 눈알이 시뻘겄게 해서 아무나 막 잡아갈 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당신들을 자제시킨 것도 우리 노동자였다.

정책도 없고 방향도 없이 우왕좌왕하던 독재권력에게 분배는 이렇게 해야만 시장이 돌아가고 그 시장에 의해서 소비가 돌아가고, 그 소비로 산업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을 몸과 그 희생으로 가르쳐준 것 역시 우리 노동자들이었다.

가난한 집 아이를 거지라고 놀려대고 침을 뱉는 자기 자식을 싸리 작대기로 피멍이 들도록 매질을 하고 담모퉁이에서 혼자 눈물 훔쳤던 그 아버지의 매가 바로 노동자들의 쇠파이프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나마 그 아이가 인간이 되었겠는가?
벌써 그 아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울산 거리를 매운 현대 7개 노조원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울산 거리를 매운 현대 7개 노조원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 자본주의와 비슷한 체제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후 첫 결재서류가 노동조합 강화법이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노동조합이 예뻐서 그렇게 했겠는가? 그는 노동조합을 강화해서 노동자들이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게 되면 임금을 더 받게 되고, 그 상승한 임금이 소비력을 높이고 그 소비가 생산력을 높여서 경기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와 노동조합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다.

쇠파이프가 국민 소득을 낮추었다고 얘기하는데도 지지율에 변함이 없다면 정말 정상적인 국민일까? 그 국민의 국가가 정상적인 국가일까? 좋은 국민이 좋은 국가를 만든다고 했다.

정말 나쁜 국민이다.
이제 진실을 깨우치는 것은 개인의 무한 의무이다. 또한, 그 사회 구성원의 자격이라. 얼마나 많은 날을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 고통받아야 하는가.

정부가 나, 아내, 딸, 아들, 손주를 직장에서 이제 마음대로 해고하겠다고 하는데 지지율은 올라간다. 이 사람들 둘 다 사회주의 신봉자들이다. 왜? 그래야 자본주의 빨리 망하니까. 참 어처구니없는 국민과 국가다.

이제 또 노동자들은 쇠파이프를 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구하려는 것이다. 너희들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조건이 당신들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진정 이러한 자본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세력이 지금의 한국 정부에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다. 이제라도 우리 노동자를 적이라는 선입관으로 보지 말고 일단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이해해야만 자본가, 자본주의체제, 국가가 산다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