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구시당, 방식 바꿔 시의원 비례후보 순번 뒤집어

상무위원회서 마혜선, 정애향, 이진련 순으로 결정
상무위 직책당비 미납 이유로 중앙당에 요청해 ARS 투표로 변경
당 내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 이재용 시당위원장 사퇴 요구도

23:23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6.13지방선거 대구광역의원 비례대표 순번 결정을 뒤집어 당 내외부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위원장 배한동) 결정에 따라 상무위원회가 투표를 통해 순번을 결정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본후보 등록 하루 전 당원 ARS 투표로 방식을 바꿔서 순번도 뒤집혔다. 대구시당 일부 상무위원, 당원모임 등은 이재용 대구시당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13지방선거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1번 이진련, 2번 정애향, 3번 마혜선.

25일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광역의원 비례대표 1번 이진련(43), 2번 정애향(59), 3번 마혜선(44) 후보를 등록했다. 한 번 뒤집힌 결과다. 당초 민주당 대구시당은 13일 상무위원회(31명, 28명 참석)를 열어 후보 비례대표공관위가 심사·추천한 후보 4명의 정견 발표를 듣고 그 자리에서 순번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마혜선, 정애향, 이진련, 이유경(50) 순이었다. 회의 자리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었고, 중앙당에 보고해 공천 확정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대구시당은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다. 2, 3위 후보가 문제를 제기했고, 이재용 대구시당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재용 대구시당 위원장은 “상무위원 28명이 투표했는데 7명이 직책당비를 내지 않아 투표 권한이 없었다. 후보들이 이 사실을 알고 항의를 했고, 중앙당에 의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 제13조에는 ‘직책당비를 5개월 이상 납부하지 아니한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에 대하여는 당직자격을 정지한다. 이 경우 사무총장 및 시・도당위원장은 당직자격 정지 2개월 전부터 권리제한과 관련한 사실을 해당 미납자에게 고지하고 납부를 독려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비례대표 순번 투표 이전까지는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또, 2, 3위 순번 후보자들이 항의하기 전까지 직책당비를 내지 않은 상무위원들은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가졌다.

22일 이재용 위원장이 대구를 방문한 추미애 대표를 만나 비례대표 순번 결정 방식을 요청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ARS를 통해 순번을 결정하라고 알렸고, 이날 오후(16시 30분~21시) 권리당원 투표가 진행됐다. 권리당원들은 오전에 갑작스럽게 ARS 투표 전화를 받았고, 비례대표 후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뒤집혔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순번을 상무위원회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대구시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도 있다. 재심사 또는 재경선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일 때 재경선 방법을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 재심 절차는 없었다.

상무위원인 김동열 대구시당 중·남구지역위원장은 “표결 전 선거인단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상무위원회가 열려서 확정했고, 그 자리에서 문제 제기가 없었다. 상무위원들의 직책당비가 무효라면 그 전 모든 결정도 무효다. 만약 그게 중요했다면 사전에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위원장은 “선거인 명부 작성할 때 투표권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확인을 제대로 안 했다. 회의를 마치고 2~3위 후보자가 항의하기 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김윤환 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ARS 투표 전화를 받아야 했던 권리당원들은 직책만 듣고 투표를 해야 했다. 지역구 당선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대구시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1번은 거의 유일한 시의원이다. 이를 이렇게 번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례공관위, 상무위는 물론 민주당이 어려울 때 함께 도왔던 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도 모두 깨뜨렸다”고 말했다.

A 비례공관위원은 “비례공관위원을 외부에서 위촉한 이유는 공천심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고, 시민사회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합리적 이유 제시 없이 경선 과정이나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나,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천되어 올라간 사람들의 경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 온 시민사회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혁신 당원협의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이재용 위원장은 애초에 혁신 당원협의회가 제시한 시·구비례 당원직선에 의한 경선은 당헌·당규에 없는 것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상무위에서 결정한다고 했기에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해 줄 것을 믿었다”며 “그러나 위원장을 중심으로 측근 몇몇에게 맞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니 이제 자신이 거부한 직선제로 하겠다고 ARS로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규에 없어 직선은 안 된다고 해놓고 불과 며칠 후 엎어버렸다. 그리고 상무위 투표에서 3위한 이진련 후보가 1위를 했다. 참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는 어떤 특정 후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그래서 민주적인 선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재용 위원장은 당원들에게 사죄하고 즉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구광역의원 비례대표는 3명을 선출한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다 당선자는 1명이었다. 1번은 당선권, 2, 3번은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