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밥꽃’에 그려진 1946년 10월 대구 “민중 봉기”

1~3일 오후 8시 소극장 함세상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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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래 가다가는 사람들 눈 확~까뒤집어 질낍니더.”
“그랄끼다. 농사짓는 사람조차 묵을끼 없어 굶어 죽는 세상 아이가.”
“그 잘난 미 군정놈들 조선 사람들 다 죽어도 상관없다~ 그기지예.”
-연극 <밥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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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밥꽃>

어둑한 극장 안, 공장 노동자, 농민, 학생, 시민들이 쌀을 달라 부르짖으며 거리로 몰려나온다. 69년 전 10월 1일 오늘, 대구의 모습이다.?’10월항쟁’에 참여한 대구 시민들, 그 후손들은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죄명도 모른 채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3일간(10월 1일~3일) 오후 8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소극장 함세상에서 연극 <밥꽃>으로 그려진다.

1945년 해방 후, 대한제국의 유일한 정부임을 선포한 미군정은 식량정책은 ‘농사짓는 사람조차 굶어 죽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1946년 9월 24일 철도노동자 1,200여 명이 임금인상, 쌀 일급제 반대 등을 외치며 대구역에서 파업을 벌인다(9월 총파업). 이들의 파업은 곧 배가 고픈 시민들도 거리로 나오게 했다. 그해 10월 1일, 대구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 2명이 경찰의 발포로 숨지자 다음날 2일, 시민들은 대구경찰서(현 중부경찰서)를 점령하는 등 더 거센 시위를 이어 나갔다. 시위는 곧 전국의 굶주린 시민들에게 퍼져 12월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10월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참여한 이들을 ‘범죄자’, ‘빨갱이’로 내 몰았다. 그러면서 1949년 죄를 용서해주겠다며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라고 장려한다. 그리고 얼마 후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정부는 북한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며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집단 학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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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밥꽃>, 경찰의 발포로 숨진 시민 2명의 시신을 보며 시민들이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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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밥꽃>, 경찰이 10월항쟁 주도자라고 지목한 이의 아내를 총살한다.

극장 안에는 쉴새 없이 총소리가 퍼진다. 아버지를 찾는 딸에게 ‘아버지가 잘 못한 게 없는데 왜 죽겠느냐’며 달래는 모녀의 모습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우리 엄마들은 밥으로 일어난 민중봉기에 지아비를 빼앗기고 밥 굷은 어린 새끼 얼굴에 노랑물 들어갈 때, 가슴에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 삶이 오늘 이 연극 무대에 살아 돌아왔음을 어떻게 하면 엄마에게 알려 드릴 수 있을까”라며?”힘없는 유가족들은 지금도 슬픈 세월을 제2의 연좌제로 살아가고 있다. 잘못된 과거청산은 만고불변의 진리이거늘, 우리 유가족들은 답답한 심정으로 과거사 특별법 서명을 청한다”고 밝혔다.

김창우 연극연출가는 격려사를 통해 “4.3제주와 5월광주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았듯이, 대구 10월의 역사도 바로잡아야 한다”며?”10월항쟁을 정면으로 다루는 공연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고 전했다.

그해 10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 만 명 중의 한 명이었던 아버지는 소식을?알 수 없었고, 우리는 빨갱이 가족이 되어야 했습니다.?할아버지는 그 일로 지서에 잡혀가 매맞아 돌아가셨심더.?어머니와 저는 고향을 버리고 객지로 떠돌며 살아야 했지요.?아버지가 죄가 있어 죽었는지 죄 없이 죽었는지 그것만은 꼭 알아야겠심더.”
-연극 <밥꽃> 중에서-

아버지를 목놓아 부르는 후손들의 울부짖음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그 울부짖음이 국가에 의해 학살당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역사적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까.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가 만든 이 작품 공연 예매는 현장 예매와 전화(010-3276-7556, 이현순)로 가능하며 가격은 2만 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극작과 연출은 이현순 씨가 맡았고, 김성호, 윤혜선, 이순애, 한민수, 장성실, 박정훈 씨가 출연한다.

한편 1일 오후?7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2.28기겸중앙공원 청소년광장에서는 ’10월항쟁 69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문화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