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을 위한 욘수 철학] (6) 둥근 지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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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22:18 | 최종 업데이트 2018-06-01 23:51

[편집자 주: 현재 지방대 철학과를 다니고 있는 예비 실업자, 취업란에 마땅히 쓸 것 하나 없는 한국의 평범한 이십대들 중 하나로, 이런 자기 팔자를 어떻게든 뜯어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욘수’가 격주 수요일마다 대화로 풀어가는 철학 이야기를 연재한다.]

옳은 일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언제 어디서든 옳은 일일까?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옳은 일을 하면 ‘나’를 포함해 ‘나와 다른 남’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4. ‘나와 남’의 불화는 ‘나’가 너무도 옳다는 생각에서 일어난다.

서구인: (총구를 겨누며) 내 말 들을래? 아니면 내 손에 죽을래?
비서구인: 어떻게 그런 과격한 행동을 할 수가 있어?!
서구인: 그야 나는 너무도 옳으니까

▲세 줄로 요약한 15~21세기 서구인 주도의 세계화(현재진행형)

그야 난 너무 옳으니까!

나: ‘남’ 나도 ‘자신이 옳다는 믿음’(독선)이 ‘신대륙 발견’과 같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걸 인정해. 하지만 그 사건이 이 세상에 옳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아. 신대륙 원주민들 학살이 일어난 건 유럽인들이 자신과 다른 아메리카인들을 이해하려 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었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그런 학살이 일어났던 건 아니라고!

남: 그 말은?

나: 그러니까, 이런 사회적 불화는 ‘자신의 믿음이 틀릴 수 없다.’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이 세상에 옳은 신 또는 옳은 진리가 있어서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거지.

남: 그러니까 절대주의자로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네. 이 사회에서 불화는 세상에 존재하는 옳은 신 또는 진리를 사람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다시 말해 자신은 ‘옳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서 일어나는 것이지, 이 세상에 옳은 것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나: 그렇지.

남: 그래 뭐, 네 말대로 이 사회의 불화는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가 있거나, 없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 하지만 ‘나’, 설령 네 말대로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있다고 믿는 너의 생각’, 절대주의 그 자체가 ‘나와 남’이 사는 사회에 불화를 만들고, 폭력을 일으킨다는 걸 아니?

나: 뭐라고!#?*%&!? ‘o'!!

5. 프로크루스테스의 탁자

나는 너무도 옳아! (스페인인, ‘유럽 문화의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남미인 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면서)

나는 너무도 옳아! (미국 카우보이, 명목상으로는 ‘아마도 야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은 부동산을 위해 아메리카 인들을 죽이며)

나는 너무도 옳아!(독일인,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종의 진화라는 진리’에서 벗어난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며)

나는 너무도 옳아! (유대인,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인’ 거주구역에 백린탄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환호성 지르며)

누군가: (완전히 질려버린 체) 저런 일들이 이 세상에 옳은 게 있다고 생각해서 일어나는 거라면, 나는 그런 생각 절대 안 할래. 무엇을 옳다고 생각하든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해버리면, 자연스럽게 그 옳은 것을 기준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 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게 돼.

남: 종교, 진리, ~주의 등 어떤 형식으로든 이런 절대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어 버리면 나와 생각이 다른 남을 이해하려 하기보단 나의 기준에 들어맞게 남을 ‘고치려고’ 하게 되지.

나: 남을 고치려 하게 된다고?

남: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일화를 들으면 이 ‘고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될 거야.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에 살던 살인마였어. 행인을 공격하고 금품을 빼앗는 다른 살인마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집 앞을 지나는 행인을 초청해서 극진히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제공했지. 이 ‘잠자리’라는 건 바로 철로 만든 침대였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이 침대에 행인들을 눕힌 뒤, 누운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침대의 크기에 맞게끔 산 채로 머리나 다리를 잘랐어. 누운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다리와 머리를 당겨 침대의 크기에 맞게끔 인대를 늘려서 죽였지. 침대라는 자신의 ‘정해진 기준’에 맞게끔 다른 사람을 ‘고쳐서’ 죽인 거야.

침대, 즉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것의 기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는 ‘남’을 보면, 왜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는지를 이해하려 하기보단 폭력을 써서라도 남을 나의 기준에 맞게 바꿔버리는 거지. 어떤 형태로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것이, 침대의 크기에 맞춰 사람을 자르거나 늘려서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나: 음......

남: ‘옳음’ 이라는 침대에 맞춰 다른 사람들을 늘리거나 잘라서 죽이는 절대주의자들의 생각과 는 달리, ‘나’가 사는 이 세계는 하나의 옳은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나와 너무도 다른 남들과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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