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선, 한국당에 도전하는 담쟁이들] (2) 민주당 신창섭 대구시의원 후보

    ‘정치인 신창섭 공동구매’ 펀드로 2424만 원 모금해 출마
    시민 참여 사회문제 해결, 청년배당, 청년부채지원 등 공약

    23:22

    [편집자 주] 대구경북지역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출마자가 많다. 다른 정당 후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일당이 독점한다’는 평가를 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후보가 없는데 어떻게 찍어주느냐’고 평가하는 시민들도 있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에 나오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구절처럼 보수정당 벽을 넘기 위해 출마한 후보들도 있다. <뉴스민>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후보를 소개한다.

    두 번째는 대구시의원 선거 달서구 제1선거구(용산1동과 용산2동, 죽전동, 장기동)에 출마한 신창섭(39)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상대는 3선 달서구의원을 지낸 이영애(61) 자유한국당 후보다.

    서른아홉에 아이 다섯을 키우는 아빠 신창섭 후보는 공천심사비를 내고 나니 통장 잔고가 바닥이었다. 신 후보는 “정말 돈이 없었다”며 3천만 원을 목표로 한 ‘정치인 신창섭 공동구매’ 펀드를 모금했다. 협동조합을 하면서 만나 한두 번 대화를 나눈 학교 선생님부터 다른 지역의 협동조합 동료들까지 2424만 원이 모였다. 선거가 끝나면 갚아야 할 빚이지만, 정치인 신창섭을 데뷔시킨 고마운 기금이다.

    ▲신창섭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2013년부터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에 푹 빠졌던 그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옆에서 지켜본 딸 친구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어른들이 자기 손해 안 볼려고 아이가 무단횡단했다고 거짓말들을 하더라. CCTV로 파란 불에 건너다가 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교통사고 다발구역입니다’ 현수막 하나가 붙었다. 열이 받더라. 어른들이 이것밖에 안 될까. 내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있지 않을까”

    스무 살에 직업군인 생활을 시작해 이라크 파병을 다녀오고, 결혼하고 10년 차가 됐을 때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사를 시작했다가 망했다. 재기를 위해 창업정책 사업을 뒤지던 중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발견했다.

    “장사할 때는 내가 하는 노동의 대가치고는 고객들한테 많이 받는다는 생각에 양심이 찔리더라고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는 돈은 벌지만 사기 치는 것 같지 않았어요. 만나는 사람들이 뭔가 얻어가고, 만족하는 걸 보면서 내가 정말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출마를 결심하자 아내가 가장 걱정했다. 신 후보는 “정치는 사기 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인식 있잖아요. 욕먹는 정치인이 되어버리는 걸 걱정하는 거죠.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선거에 나가서 이기고, 훌륭하게 의정활동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효능감을 체감했고, 몸으로 체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약을 다듬었다.

    ▲5월 25일 대구시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신창섭 후보

    “시민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4년 전까지 대구에서 무상급식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경험하고 나면 인식이 달라져요”라며 신 후보는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추진단에서 공모하는 ‘사회혁신파크’를 구)징병검사장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건물에 돈을 쓰기보다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편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청년창업자금 예산 가운데 생색내는 예산을 골라내 청년배당 도입, 학자금-부채로 고통받는 청년을 위한 청년재무설계, 심리상담, 회생 컨설팅,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 등을 약속했다.

    한창 청년 공약을 설명하던 신 후보는 대뜸 “저는 청년이 아니고, 청년 후보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데 청년 기준을 올려서 가로채려고 하면 안 되죠. 전국적으로 청년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관 주도의 청년조례는 위험해요. 우리 나이로 저도 40줄이니 청년이 아니죠”라고 했다.

    협동조합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수도 있었지만, 함께 일하던 후배의 경험을 막고 싶지 않았다. “돌아갈 곳이 없다. 선거가 끝나면 그때 생각할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던 서른아홉 신창섭을 대구시의회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