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주당 구청장 후보 나온 대구남구, 세대별로 지지성향 갈려

6~70대, 한국당 조재구 or 무소속 권태형 지지
"우리는 보수 구청장 원해"
2~30대, 후보는 모르지만 민주당 지지
"젊은층 투표 많이 해서 바뀌어야"

21:08

지방선거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구 남구에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출마했다. 민주당 후보 출마 소식에 남구 주민들의 반응은 세대별로 엇갈렸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2~30대는 후보를 모르지만 지지 의사를 밝혔고, 6~70대는 보수정당을 지켜야 한다며 한국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당시 현재 자유한국당 임병헌 남구청장은 무투표 당선으로 3선에 성공했다. 당시 현역 새누리당 구청장에 아무도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철(57) 전 남구의회 의장, 자유한국당 조재구(56) 전 대구시의원, 대한애국당 강덕수(55) 대구시당 위원장, 무소속 권태형(58) 전 남구 부구청장 등 4명이 출마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 남구 대명동 관문시장을 찾았다. 이른 시간부터 상인과 손님으로 북적였다.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72) 씨는 자유한국당 조재구 후보를 뽑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조 누구”라고 말했지만, “구의원을 두 번이나 했으니까 아무래도 낫다”고 지지 이유를 정확히 말했다. 조 후보는 남구의원 재선을 한 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관문시장 입구

남구의원을 두 번이나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김현철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김 후보는 지난 3회, 5회 선거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김 씨는 김현철 후보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김 씨는 “그 사람(김현철 후보) 나는 관심 없다”며 말을 자르고서 조재구 후보 칭찬을 이어갔다.

인터뷰하는 김 씨를 본 주변 상인들이 지나던 발걸음을 멈췄다. 김 씨를 찾아온 다른 상인 김 모(61) 씨는 “남구에는 보수 구청장이 되면 좋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애국당 강덕수 후보에 대해서도 “거기도 보수이긴 한데, 될 확률이 미비하니까 안 밀어준다”고 말했다.

그 역시 민주당 후보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이 되면 안 되지”라고 못 박았다. 그는 “너무 북한에 많이 퍼주니까 싫다. 통일은 때가 되면 다 된다. 민주당이 안 퍼줘도 때가 되면 되는데, 우리가 다 퍼주고 하는 통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보수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민물고기 장사를 하는 김영준(68) 씨는 “지난 정권이 좀 실패했다고 본다. 보수가 실패했다. 박근혜도 구속되고 그 영향 때문에 민주당도 아무 데나 다 나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태형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실패한 보수 정권과 자유한국당을 여전히 지지하는 이유는 전라도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대구에는 수성구청장도 민주당 될 거고, 민주당도 되잖아. 전라도에는 자유한국당 하나도 못 했다. 대구에는 (자유한국당) 해 줘야지. 안 그러면 일당 독재가 되잖아”라고 말했다.

지난 19대 대선 결과, 남구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득표율 50.51%로 대구 8개 구·군 중 서구 다음으로 높았다. 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득표율은 81.17%로 서구 다음이었다. 대구에서도 보수정당 지지가 강한 곳이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에 붙은 후보자 현수막들. 더불어민주당이 구청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남구 전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젊은층은 후보와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 모(31) 씨는 “투표하러 가긴 갈 건데, 아직 누구를 뽑을지 생각 안 해봤다”면서도 “민주당을 뽑을 거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민주당이 출마했으니까, 뽑을 거다. 대구가 바뀌려면 여당을 밀어줘야 한다. 지금 여당이 혁신적인 정책을 많이 하는데, 그걸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본인의 한 표가 사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 씨는 “어른 세대는 바뀌기 어려울 거 같다. 그래도 젊은 2~30대, 40대까지도 좀 달라져야 하는데, 이번에 젊은 층이 어떻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대명동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앞에서 만난 최 모(28) 씨도 “어른들이 대부분 투표를 많이 하니까 바뀌긴 힘들 것 같은데, 이번에는 20대가 투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최 씨 역시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민주당을 지지했다. 최 씨는 “지금까지 그쪽(자유한국당)이 했고, 다시 돌아가는 건 그렇다. 지금 정권이 잘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남구는 대구에서 고령인구비율(18.4%)이 중구 다음으로 높다. 각 정당 구청장 후보들은 저마다 도시재생, 교육, 복지, 문화, 청년 일자리 등 비슷한 공약을 조금씩 다르게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남구청장 출마도 처음이지만, 남구 광역의원, 기초의원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것도 처음이다. 현재까지 세대 간 엇갈리는 표심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