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의 변화, “샤이 민주당도 이제 빨갱이 소리 안 듣는다”

민주당, 12년 만에 성주군 지방선거 대거 출마···변화 위한 출마자의 노력

18:38

“전에는 민주당 지지한다는 소리도 못 했는데, 이제는 이야기해도 됩니다. 이건 성주에서 엄청난 변화입니다”

7일 오전 11시 30분, 성주군 성주시외버스터미널에 파란색과 노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모였다. 뽕짝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이들은 박자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버스를 기다리던 이들은 손뼉을 쳤고, 대기실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던 한 할머니는 벌떡 일어나더니 어깨춤을 췄다.

▲7일 오전 성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와 이재동 무소속 군의원 후보 유세에 호응하는 주민들. 한 할머니가 어깨 춤을 추고 있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성주군 가선거구(성주읍, 선남면, 월항면)에 출마한 이재동(무소속, 50) 후보가 “선거는 머슴 뽑는 날입니데이. 군민 위에 모실 사람 뽑는 게 아닙니데이”라며 홍보를 시작했다. 성주군 가선거구에는 이재동 후보를 포함해 김성우(자유한국당, 54), 이봉근(자유한국당, 51), 노광희(자유한국당, 52), 도희재(무소속, 47), 김미경(무소속, 58), 김경호(무소속, 59) 후보가 있다.

이강태(더불어민주당, 42) 성주군수 후보도 “이제는 행정에서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 물어봐야 합니다. 주민 섬기라고 만든 게 군수입니다”라고 말했다. 성주군수 후보로는 이병환(자유한국당, 59) 후보, 오근화(무소속, 64), 전화식(무소속, 60) 후보가 있다.

이때 회색 셔츠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이강태 후보 옆에 섰다. 자영업자인 최 모(53) 씨다. 그는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주며 이 후보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소위 ‘샤이 민주당’이었던 그는, 성주 분위기를 보면서 “어쩌면 정말로 이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노력하고 싶었다. 그는 이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은 소리 못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최 씨가 느끼는 성주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민주당’이란 말 뒤에는 항상 ‘빨갱이’ 소리가 붙었었는데, 이제는 드러내놓고 선거 운동을 하고 지지 호소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는 대학생일 때부터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성주에서는 ‘샤이 민주당’으로 살았어요. 민주당 지지한다는 소리 하지도 못했는데,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들어서 남북 평화 분위기가 되니까 아무래도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지금도 바뀌었지만 어쩌면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듭니다. 성주 분위기 바뀌었습니다.”(최 씨)

터미널에 있던 고령의 성주군민들은 민주당 유세에 호응을 보내면서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음악에 맞춘 유세 중간에 추임새를 넣듯 한 선거운동원이 신나게 손뼉치던 한 할머니에게 물었다.

▲7일 오전 성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와 이재동 무소속 군의원 후보 유세에 호응하는 주민들

“할매, 어디 찍는다고요?”
“몰라”
“거봐, 몰라 칸다”

옆에서 이들의 유세를 지켜보던 한 남성(80대)도 “한국당이 그래도 나은데, 한국당이 많아야 하는데 요즘에는 민주당도 많은 사람이 따라가는 것 같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아직 자유한국당이 익숙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점점 존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성주군민은 과거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앞선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는 단 두 명밖에 없었다. 제4회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우인회(66) 성주군수 후보, 제3회 지방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 곽달명(71) 후보다.

하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군수 후보를 비롯해 성주군 3개 선거구 중 2곳에 한 명씩 군의원 후보를 냈다. 나 선거구(용암면, 수륜면, 대가면)에 김상화(37), 다 선거구(가천면, 금수면, 벽진면, 초전면)에 김미영(37) 후보가 출마했다.

▲사드 반대 운동을 함께 벌였던 더불어민주당 이강태 성주군수 후보, 김상화, 김미영 성주군의원 후보와 무소속 이재동 성주군의원 후보는 춤과 더불어 합동유세를 자주 벌이고 있다. [사진=이강태 후보 제공]

이강태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으로선 12년 만의 출마다. 민주당이 예전부터 경북을 방치했지만,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이 힘들어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북을 포기하면 안 된다”라며 “이번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 못지않게 능력 있다. 능력 있는 후보들이 나서서 성주를 바꿀 것이다. 직접 찾아다니며 주민들 목소리를 듣겠다. 주민들에게 지시하는 게 아닌 주민을 섬기는 정치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성주가 고립되는 상황이 주민으로서 두렵다. 주민들을 섬긴다는 마음 하나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자, “성주 여론도 예전 같지 않아…홍준표 때문에 망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경, 성주군 성주읍 성주전통시장에는 이철우(62) 경북도지사 후보와 이병환 성주군수 후보 등 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유세를 펼쳤다.

▲7일 오전 11시경, 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성주군 전통시장에서 유세 중이다.

이철우 후보는 “우리 당이 60년 동안 정권을 잡아서 이 나라를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적인 나라로 만들었다”라며 “보수 우파가 지난번 잘못으로 인해서 지금 아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14개 민주당이 당선되고 TK만 겨우 유지할 정도라는 (여론조사) 결과 나왔다. 대한민국은 잘못하면 망할지도 모른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성주시장에 모인 대부분은 자유한국당 유세에 호응했지만, 일부 불평도 나왔다. 또, 지지자 사이에서도 당을 보지 않고 사람 보고 찍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주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우리는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데 유세를 10분만 한다고 해서 공간을 내줬더니 지금 30분을 넘겼다. 이런 약속도 안 지키면서 무슨 공약을 지키겠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날 유세를 지켜본 황 모(70, 가천면) 씨는 “나는 이번에 당을 떠나서 투표하려고 한다. 그런데 성주에서는 계속 눈에 보이는 게 자유한국당”이라고 말했다.

김 모(58) 씨는 “이제는 여론이 조금 바뀌어서 자유한국당이라고 무조건 찍어주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무소속 당선도 많았다. 지금 홍준표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망하고 있다”라며 “지금 정부는 북에다 퍼주면서 세금만 늘리는 정책을 하고 있다. 빚이 늘어나면 우리는 상관없다. 젊은 세대가 고생한다.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지금 농업에도 영향이 있다. 원래 일당이 하루에 5만 원이었는데 이제 3시간에 5만 원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7일 오전 11시경, 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유세를 지켜보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