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곧 삶”, 김종필 시인 두 번째 시집 ‘쇳밥’ 출간

군인 10년, 방화문 공장 노동자 20년 ‘군인이었던 늙은 노동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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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8:46 | 최종 업데이트 2018-06-16 18:46

방화문 공장 노동자인 김종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쇳밥』(도서출판 한티재)을 출간했다. 『쇳밥』은 살기 위해 노동을 버릴 수 없었던 시인이 쓴 60편이 담긴 노동시집이다. 제목이기도 한 ‘쇳밥’은 시인이 쇠판을 ‘펀칭 프레스’로 찍을 때마다 튕겨 나오는 쇳조각에 붙인 이름이다.

▲지난 5일 열린 『쇳밥』 출간기념회(앞줄 꽃을 든 이가 김종필 시인) [사진=정용태 기자]

프레스 발판을 밟을 때마다
쇳밥 한 숟가락이 쏙쏙 쌓이고
해진 철판을 따라 파란 불로 녹여 붙일 때마다
설움의 목구멍이 깊다
식은 밥 한 숟가락을 퍼 먹기 위하여
내 속에서한 숟가락을 퍼내는 일
-「쇳밥」 중에서-

김종필 시인은 계성중학교 시절 국어교사 김진태(수필가) 선생님을 떠올렸다. 스승의 칭찬과 친구들의 박수 덕에 시에 끌렸다. 대구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옥저문학동인으로 대학생 문학도를 흉내내고 습작에 힘을 썼다. 고교 졸업 이후 10년 넘게 직업군인으로 복무, 제대와 함께 방화문 공장에 들어가 지금까지 쇠를 만지는 노동자로 살고 있다.

김종필은 『쇳밥』에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지척에 있는 여러 사람을 불러냈다. 대부분 가까이 말을 건넬 수 있는 공장 사람인데,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홍사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공장 후배(「베트남 아가씨」)가 그렇다. 같은 동네 사는 사출공장 노동자인 동생 부부(「이식」)의 아픈 이야기도 들었다.

▲시인 출간기념회 인사로 "자신의 시들이 이 땅의 힘겹고 외로운 노동자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김수상 시인은 발문에서 “자신의 몸 근처에서 일어난 노동의 편린들이 시의 곳곳에 아프게 박혀있었다”며 “그가 늘 해왔던 것처럼 낮은 자들과 함께하며, 노동의 눈으로 대상을 더 깊게 들여다본다면, 「홍사원」과 같은 시들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다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필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문창과나 국문과 진학을 꿈꿨으나 공납금을 미리 받고 맺은 5년간의 군하사관 근무가 계약된 채였다. 그리고 10년간의 군복무는 그를 시와 갈라놓았다. 그러나 시인은 그때가 시집을 가장 많이 읽은 때라며 “서적 검열도 내 일이었다. 그 바람에 부대에 기증된 민음사 서적 가운데 100여 권의 시집을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하석 시인은 추천글에서 “노동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삶은 “허우적거릴수록 깊어지는 늪”(「홍사원」)일 터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소통을 위한 문(門)을 만드는 자의 자존은 어떻게 가누어질까? 아무튼 그는 그 자존으로 이웃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지피고, 시[文]를 가꾸어낸다고 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

군인에서 노동자로 돌아와 다시 시를 쓰게 된 김종필은 자신의 삶에서 현실을 깨닫고, 같은 노동자를 보면서 연민도 생겼다. 고교시절 함께 글을 썼던 문인들을 만나면서 시절을 걱정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 20년 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쇳밥』이다.

김종필 시인의 첫 시집은 『어둔 밤에도 장승은 눕지 않는다』(북인시선, 2015)가 있다.

▲김종필 지음, 한티재, 2018.06.01, 페이지 수 128, 정가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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