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대구퀴어문화축제 1,500여 명 모여 “Queerful Daegu!”

전국에서 참가자 모여, 대구퀴어축제 10주년 축하
"대구가 지역 퀴어축제 가능성 만들었다"
기독교 단체, 퍼레이드 경로 막아서 40여 분 동안 행사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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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주년을 맞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들의 축하와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일부 기독교 단체가 퍼레이드 행렬을 막아서 한동안 행사가 지체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도 처음 인권 상담 부스를 열고 축제에 참여했다.

23일 오후 4시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제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 ‘Queerful Daegu(퀴어풀 대구)’가 열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축제에 전국에서 성소수자, 연대 단체 등 1,500여 명(주최측 추산 3천 명)이 모여 축제를 즐겼다.

본행사에 앞서 오후 1시부터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부터 맥도날드 동성로점 앞까지 약 150m 거리에 50여 개 부스 행사가 열렸다.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대 등 지역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는 각자 동아리 홍보 활동을 했고,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는 인권 상담 활동을 벌였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은 참가자들에게 ‘프리 허그(Free hug)’를 하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리 허그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축제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피켓과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무대 공연을 즐겼다. 이번 축제에 처음 참여한 정김지은(19) 씨는 “혐오 세력이 많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것 같다”면서도 “퀴어들이 평소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려고 하는데, 오늘처럼 다 같이 나와서 연대하고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동성로 곳곳에서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돌아오세요, 기다릴게요’ 등 같은 문구를 새긴 단체복을 맞춰 입고 “동성애 독재 반대”, “동성애 파시즘”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또, 이들은 앞서 오후 2시 30분부터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그룹 V.O.S 박지헌을 초청해 ‘가족 사랑 콘서트’를 열었다.

▲2.28기념중앙공원에서 퀴어축제 반대 행사를 여는 기독교 단체와 V.O.S 박지헌

서울, 부산, 인천, 전주, 제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이날 축제에 참가했다. 천랑성 전주퀴어문화축제 공동기획단장은 “올해 10회를 맞은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축하 인사를 드린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차별적인 현실 속에서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존재를 알리고, 권리와 자긍심을 외쳐왔다”며 “대구는 지난 10년간 지역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고, 부산, 제주, 전주, 인천까지 지역에서 퀴어 축제를 만드는 가능성과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주는 지난 4월 처음 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도 “10년 전 서울과 대구 두 곳에서 열리던 퀴어축제가 이제 전국 7곳에서 열리고 있다”며 “여기 모인 발걸음이 한국의 모든 차별을 없애고, 혐오세력이라는 단어조차 없어지는 날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10년 동안 축제를 이끌어 온 배진교 조직위원장(무지개인권연대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배진교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춤추고 노래하고 저항하며, 동성로를 퀴어로, 다양성으로 가득 채우자”고 목소리 높였다.

5시 20분께 ‘자긍심 퍼레이드’를 시작한 축제 참가자들은 대구백화점 남문 앞에서 도로를 막고 기도 중인 기독교 단체에 가로막혀 40여 분 동안 이동하지 못했다. 기독교 단체 회원 1,500여 명은 애국가 1절을 반복해 부르며 경찰의 해산 방송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구백화점 남문 앞 도로를 막고 선 기독교 단체

결국 참가자들은 대구백화점에서 CGV한일극장 방면, ABC마트 동성로점 방면 등으로 흩어져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공평네거리에서 합류해 대구시청 앞까지 행진한 뒤, 대구백화점으로 돌아와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오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중구 북성로 독립서점 ‘더폴락’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10주년 헌정 특별 미술전’이 열린다. 오는 29일 오후 7시 ‘퀴어를 긍정하다’는 주제로 대구퀴어문화축제 10년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토론회가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다. 또, 오는 30일 오오극장에서 열리는 ‘With you’ 영화제에서는 <썸머 타임-아름다운 계절>, <어바웃 레이>를 상영한다.

▲공평네거리에서 행진하는 축제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