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NGO활동가 인터뷰] (13) 대구여성회 곽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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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에서는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단체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18개 단체와 18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화요일 싣습니다.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3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들 바빠 보였다. 곽희원 활동가는 “선생님들 간의 케미가 굉장히 좋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물음에서 한 단계 나아가 ‘가장 자연스럽게 나로 있을 수 있는 것’을 고민 중이었다.

▲곽희원 활동가

Q. 단체 분위기는 어떤가?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다. 단체 분위기가 좋아서 덩달아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직은 보조적 업무가 많아서 주어진 것, 어렵지 않은 일을 하니까 괜찮다.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 것도 즐겁다. 3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나 빼고는 다 바쁘신 것 같다. 청년NGO사업 1회, 2회 때 활동하셨던 분이 지금 상근자로 계신다. 나의 ‘칼퇴요정님’이다. 50분이 되면 “짐 쌀 때 안됐냐?”고 먼저 얘기해주셔서 지금은 편안하게 칼퇴한다.

다루는 분야가 다양하다. 여성인권, 상담이라고 두루뭉술하게만 생각했는데 노동, 청소년, 청소녀를 위한 교육, 상담도 한다. 활동 범위가 넓어 내가 잘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여성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하는 단체가 있어서 안심된다는 생각도 한다.

Q. 아침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오늘 처음으로 회식하는 날이라서 ‘오늘 뭘 먹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Q.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여성단체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나?
그렇다. 지원서 카테고리 안에서 생각하다가 평소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이 여성이라고 판단했다.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었지만, 페미니즘 스터디에서 활동했었다. 면접인터뷰 전 NGO단체 박람회에서 여러 단체를 살펴보니 여성 관련 단체에서 활동해보는 것도 즐겁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던지 나랑 관련된 일이니까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Q. 청년활동가로 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나?
학내에서 시국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계모(계명대학교 학생실천단 시국해결을 위한 계명인의 모임)’ 단체 활동을 했다. ‘내가 불편한 것들이 과연 당연한 일인가?’라는 물음을 가지는 감각을 얻었다. 필요하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던 일이 나에게 감수성으로 남아 있다 보니까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Q. 청년NGO활동가 사업에 신청하게 된 계기는?
졸업할 때쯤 직업이나 진로보다는 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 사업을 했던 언니, 오빠들을 알고 있어서 ‘나도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학교 안에서 오래 있었는데 그걸 환기시킬 필요가 있는 것도 같았다.

Q. 대구여성회는 어떤 일을 하는가?
초·중·고에 성교육을 나가거나 위기청소년들과 상담을 하는 일도 한다. 나는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이 학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었다. 재판에 증언하러 가기도 한다. 미투, 페미니즘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관련 강좌나 영화보기 모임도 한다.

요새 나는 단체의 역사와 관련해 30주년 사진이나 문서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구여성회가 그때그때 그 당시 필요한 일을 차곡차곡 해왔구나’하고 감탄한다. 매번 다르다. 이주여성, 호주제 폐지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하고 있었다. 시대적 흐름에 필요한 사안들에 목소리를 내는 단체라는 것을 알게 됐다.

Q. 현재 대구여성회 의제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미투이다. 미투특위를 만들어서 대구 내 미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어떻게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연인 사이’라고 생각하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을 우리가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집담회, 대표자 회의 등 실질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여러 외부 회의에 활동가 선생님들이 다녀와서 얘기를 많이 해주시기도 한다.

Q. 무엇이 가장 힘든가? 청년활동가마다 ‘내가 컴퓨터를 이렇게 잘 못하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한다.
맞다. (물개박수) 엑셀을 좀 더 잘하고 싶다. 맨날 네이버에 ‘엑셀에서 00하는 방법’이라고 검색한다. 그래도 어렵다기보다는 재미있다. 30주년 사진을 정리할 때 얼굴을 보고 몇 년도인지 맞추는 작업도 눈이 빠져라 하고 있다. 지금 하드가 날아가서 다시 하게 생겼지만… ‘이때 이런 일을 했구나’, ‘흑백사진도 있구나’ 하면서 이들이 세상을 바꿔왔다는 것에 매번 놀란다.

Q. 대구가 좋은가?
고향은 아니지만 내 삶의 터전이 이곳에 형성된 것 같다. 친구들도 여기에 있으니까.

Q. 올 한 해 계획이 있다면?
이 일을 통해 내가 많이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남은 기간 더 많이 배우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나에게 좋은 환기가 되는 시점이고,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과제가 없으니까 얽매이는 것 없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 풍성한 곳에서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원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활동가로 가는 선택지도 생겼으니까 그 안에서 내가 좋은 것, 자연스럽게 나로 있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선택의 품이 넓어졌다는 것에서 나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