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수돗물 불안···시민단체-대구시 공청회 열고 대안 모색

김동식 시의원, “취수원 다변화, 고도정수처리” 대안 제시
백경록 사무국장, “대구 수돗물 사태는 구미산단 폐수 문제”
김승수 부시장, “취수원 이전 불가피하다고 판단”

15:27

“우리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마실 물, 지금 우리가 이 아이들 분유 타줄 수 있는 물, 그 물이 필요한 거예요. 당장 우리 뭘 먹어야 해요?”

지난 6월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이 알려진 후 수돗물에 대한 대구 시민의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인 젊은 엄마들은 직접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지금 당장 마실 물’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수돗물 대구시민대책회의(안전한수돗물시민대책위)’를 발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지난 4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인 젊은 엄마들이 동성로에서 안전한 수돗물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전 9시 30분, 대구 중구 YMCA청소년회관에서는 지역 12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안전한수돗물시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한 일체의 정보 제공 ▲구미산단 유해물질 취급실태 민관합동전수조사 ▲시민건강역학조사 및 합당한 조치 ▲구체적 계획 제시 ▲낙동강 수질관리 대안 제시 등을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안전한수돗물시민대책위는 발족 기자회견 이후 곧바로 ‘구미산업단지 폐수로 인한 대구 수돗물 사태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김동식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백경록 대구YMCA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김승수 부시장은 약 25분간 경과와 대구시 입장을 밝힌 후 공청회장을 떠났고, 강점문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이 남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공청회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들도 다수 참석해 대구시의 책임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공청회 내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여성은 “어려운 전문 용어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지금 당장 우리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 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 여성은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애가 집으로 온다. ‘덥다 엄마, 물놀이 하고 싶다’고 한다. 이 더운 대프리카에서 물놀이도 못하고, 세수도 생수로 하고, 양치도 생수로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마실 수 있는 물이 없다. 취수원 이전, 취수원 다변화 다 장기적인 대안이다. 지금 당장, 오늘 필요한 물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느냐는 거다”고 성토했다.

강점문 국장은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엄마 심정, 구구절절 말씀해주셔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대구시에 수돗물을 믿을 수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면 저희들이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 상태에서 먹어도 괜찮다는 말씀 밖에 못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동식 시의원, “취수원 다변화, 고도정수처리” 대안 제시
백경록 사무국장, “구미산단 폐수로 인하지 않은 수돗물 사태 없어”
김승수 부시장, “취수원 이전 불가피하다고 판단”

▲안전한수돗물시민대책위는 발족 기자회견 이후 곧바로 ‘구미산업단지 폐수로 인한 대구 수돗물 사태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가운데)과 김동식 대구시의원(오른쪽)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일부 시민을 중심으로 ‘불안함’과 ‘지금 당장 먹을 물’을 요구하는 성토가 이어졌지만, 공청회는 단기 대안 보다 중장기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논의됐다.

곧 구성될 대구시의회 맑은 물 공급 대책 특위(가칭)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동식 시의원은 취수원 다변화와 강력한 낙동강 수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시의원은 “해평 취수원 이전도 좋지만 기존 취수장을 폐쇄하고 옮기자는 건 반대한다”며 “해평도 하고, 기존의 취수원도 두면서 문제가 생기면 주 취수원을 잠그고 보조 취수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시의원은 “대구 시민이 하루에 쓰는 수돗물이 96만 톤이라고 한다. 960만 톤만 담수할 수 있으면 열흘은 보조 취수원을 사용할 수 있다. 가창댐이 960만 톤쯤 된다. 가창댐을 매곡정수장으로 연결하는 관로 공사만 하면, 듣도 보다 못한 화학물질이 취수장에서 발견됐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시의원은 “대구시가 하루에 배출하는 오·폐수가 108만 톤 정도라고 한다. 이걸 고도정수처리해야 한다. 대구뿐 아니라 낙동강 주위 모든 도시에 배수 관리를 이렇게 해야 한다.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모든 도시가 그렇게 해야 우리가 낙동강을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다”고 낙동강 수질 관리 문제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안전한수돗물시민대책위 측 패널로 참석한 백경록 사무국장은 “언론이나 많은 곳에서 대구 수돗물 사태라고 이야길 하는데, 정확한 워딩은 구미산업단지 폐수로 인한 수돗물 사태다. 지금까지 구미산단 폐수로 인하지 않은 수돗물 사태는 없었다”며 구미산업단지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문제를 꼬집었다.

백 국장은 “구미산단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며 “반도체 공장이 취수원 상류에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낙동강 수계다. 반도체 공장에서 2천에서 4천 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환경부가 조사할 수 있는 화학물은 340종, 대구시는 278종이라고 했다. 저희가 정말 두려운 건 과불화화합물 사태를 보듯이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을 마시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시는 기본적으로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이어지는 수돗물 불신은 거둬도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더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승수 부시장은 “취수원 이전을 포함한 맑은 물 대책을 권영진 시장이 최우선 현안으로 채택했다”며 “대구 미래 비전 2030 위원회에 현안 TF를 구성했고, 이와 별도로 경제부시장 직속으로 별도 TF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구미산단 무방류 시스템(오염 폐수를 외부 방류하지 않고 자체 재사용하는 시스템) 도입 등을 언급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론 취수원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부터 나서서 ‘취수원 이전’을 통해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 부시장은 “환경부 차관이 왔을 때도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취수원 이전을 떠나서 구미산단에 무방류 시스템 구축은 대구시가 요구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무방류 시스템 도입에도 근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 부시장은 “구미산단에 2천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272개 업체에서 폐수를 방출한다. 약 2천여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을까 추정된다. 환경기준이 설정된 화학물은 이 중 일부고 중앙 정부나 대구시 입장에서도 전체 화학물을 일일이 모니터링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더 완전하고 안전한 수돗물 취수를 위해선 취수원 이전이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