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청년들의 NGO활동을 응원하며 /김보현

20:21

청년NGO활동가 18명의 인터뷰 기고가 뜨거운 여름이 되어서야 끝났다. 친구들을 만난 2월부터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는지, 각 단체와는 잘 맞는지, 어떤 20대를 보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대구청년 NGO활동확산사업> 매니저는 각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활동을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활동 사이에 있는 워크숍, 교육 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매주 18명 청년들의 활동보고서를 받아 차곡차곡 폴더에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나는 그 사이에 듣고 쓰는 일을 좋아해 청년활동가들을 만나러 갔고, 기회가 닿아 뉴스민에 기고할 수 있었다.

어떤 것도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던져져 있다. 겁부터 나는 뉴스들, 청년 10명 중 7명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떠난다는 이 지역에서 만났다. 청년은 지역을 변화시킬 토양이라고 하지만 ‘대구가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미적지근한 답변이 많았다. 그럼에도 다들 이곳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청년들이 지역과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구시와 NGO의 일이며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게 <대구청년 NGO활동확산사업>이구나’ 깨달았다. 올해 청년활동가들은 따로 또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했으며 NGO도 청년들의 새로운 기운을 받아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매니저라는 명찰을 처음 단 2월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청년활동가들이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확신하게 됐다.

▲청년활동가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청년활동가는 5개월 활동이 끝나는 게 아쉬워 단체와 옆 사무실 단체에까지 스테인리스 빨대를 선물했다. ‘회식을 잘 안 한다’며 투덜대던 친구는 마지막 송별 회식을 세 번이나 했다며 자랑했다. 단체 사정으로 활동을 조금 일찍 마치게 된 청년활동가는 못내 아쉬워하더니 지금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의 표본으로 살고 있다. 대구단편영화제 스텝으로, 북성로 훌라의 객원멤버로 지역 여기저기서 해보고 싶은 게 많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학원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선생님으로 활동한 청년활동가는 기간이 끝나도 계속 단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끝날 때 아이들이 눈에 밟힐 것 같아서 걱정’이라더니 아이들이 잡은 옷자락을 놓지 못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

청년활동가들과 함께하며 나는 매순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붕 뜬 상태에서 온 공허함과 서울에서 얻은 무기력함, 패배감을 딛고 일어설 힘을 얻었다. 마냥 마음만 급하던 시간이 지나가고 ‘나’를 넘어서 지역과 주변의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날을 보냈다. 청년활동가들과 모여 앉아 각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야기,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면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떠들 수 있었다.

각자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친구들이 5개월 혹은 8개월 인연을 맺은 단체에서 계속 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시간의 배움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걸로 이 사업의 취지는 충족된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있다.

▲청년NGO활동가 확산사업에 참여한 18인의 청년활동가들.

견딜 수 없이 뜨겁던 대구의 더위가 조금 가신 것도 같다. 영화모임, 독서모임을 핑계 삼아 자주 얼굴을 보며 술을 마셨던 시간에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끈은 계속해서 친구들을 연결시켜줄 것이다. 이 작은 연결고리가 당장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서로의 뒤를 받쳐 주는 힘이 됐으면 바라고 있다. 우리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시대에 던져져 있지만 어쨌든 함께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