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축소’ 경북대 총장은 왜 학생을 배제했나

경북대-원룸업자 합의에 교육부, “감축 시 제재 검토”
“대학이 왜 업자 편을?”···교수회도 지적

13:14

“은밀하게 밀실 합의, 비겁하게 통보하기”, “학생 의견 반영 없는 인원 감축 인정 못 해”

지난달 24일, 졸업식을 끝내고 본관으로 향하던 김상동 경북대학교 총장은 학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경북대가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의 반발로 학내 기숙사 정원을 332명(신축 기숙사 포함) 축소하기로 합의하면서 학생들이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학생들은 김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원룸 임대업자와 학교를 비판하는 현수막도 게시했다. 경북대 교수회도 기숙사 관련 문제를 대학본부에 질의하며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박근혜 정부 당시 1순위 총장 후보로 추천된 김사열 교수가 대구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며 소송을 취하한 후, 김상동 총장은 안정적인 직무 수행 기반을 다지는 듯했다. 하지만 기숙사 정원 감축 논란 이후 학내 반발이 이어지며 김 총장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북대는 2017년 7월, 1,210명 이상 수용을 목표로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의 기숙사 건설에 착공했다. 2018년 4월부터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이 공사장 출입구에서 공사를 저지하기 시작됐다. 당시 경북대는 기숙사 규모 축소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원룸 임대업자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공사방해금지가처분도 신청했다.

하지만 정태옥(대구 북구갑, 무소속) 국회의원이 임대업자들과 경북대의 중재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태옥 의원의 중재로 열린 임대업자들과 김상동 총장 면담은 총 세 차례(6월 8일, 7월 3일, 8월 21일)다.

이 자리에서 경북대는 절충안을 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면담(7월 3일)에서 경북대는 건립 예정 중이던 3차 민자 기숙사(현재 건설 중인 기숙사는 2차 민자 기숙사)를 재검토 하고, 기존 기숙사(2차 민자 기숙사 제외)에서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임대업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 번째(8월 21일) 면담에서 경북대는 한 발 더 물러섰다. 임대업자들과 기숙사 정원 332명 감축안(신축 기숙사 100명 감원, 기존 기숙사 232명 감원)에 구두로 합의했다.

김 총장이 임대업자들과 합의에 이르는 동안, 학생들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4월부터 총장-임대업자 면담 자리에 학생 대표 배석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합의 이후, 경북대학교 교수회·교육부도 감축 합의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교육부는 수요자인 학생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기숙사 인원 감축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김상동 총장에게 있다. 교육부와 협의 후에도 김 총장이 인원 감축 계획을 고수한다면, 기숙사 사업 축소에 따른 예산을 다시 검토하고 별도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28일 현장 확인 결과, 학교 측은 원룸 업자들과 구두로 합의한 것은 있지만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교육부에 알렸다”라며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민원인뿐만 아니라 대학생 주거 안정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축소 안이 올라오면 축소에 따른 예산을 재검토하고 별도의 제재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23일 열린 평의회 회의에서 “원룸 사업자의 요구와 국회의원의 요청에 굴복해 기숙사 감원을 합의했다는 보도는 대학본부가 대학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라며 보고를 요청했다.

대학본부는 기숙사 학생을 대상으로 한 1인실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학생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기숙사 감원을 결정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자 교수회는 소식지를 통해 “원룸 사업자들의 요구가 있기 전에 4인실을 2인실로 전환(감원) 계획이 있었다는 답변은 신빙성이 없다”라며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본부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제대로 된 자료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언론 보도가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본부는 대학구성원 의견수렴도, 학생 참여도 없이 이뤄진 합의가 무효임을 천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당초 학생총회를 열어 기숙사 원안 추진 관련 논의를 하려고 했으나, 대표자 회의 결과 교육부 민원 제기, 타 학교와의 연대 투쟁 등을 통해 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4일 학생 30여 명이 김상동 총장(왼쪽)을 따라가며 기숙사 원안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구두 합의도 합의라서 지키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 협의 절차도 남아 있어서 우리가 (구두 합의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뉴스민>은 기숙사 감원 방침과 관련해 김상동 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13일 총장실에 취재요청서를 보냈으나, 14일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중 기숙사 수용률은 경북대가 최하위권이다. 가장 낮은 곳은 부산대(10.3%), 다음이 경북대(18.7%)다. 이외에도 기숙사 수용률은 강원대(23.1%), 경상대(29.1%), 전남대(19.8%), 전북대(23.3%), 충남대(22.7%), 충북대(26.1%), 제주대(20.5%)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