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대납 의혹 밝혀야” vs “동료 의원 지역구서 이러면 안 돼”

25일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 여야 충돌로 파행
김영호, “동료 의원 배려 차원에서 의혹 눈감아 줄 수 없다”
윤재옥, “동료 의원 이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
조원진, “여당 실세 의원이 그러면 (기관) 외압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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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 간 충돌로 1시간 동안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25일 오후 4시 10분 경북지방경찰청에서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서대문구을)이 ‘김재원 의원의 사과값 대납 사건’ 관련 질의를 하자, 윤재옥(자유한국당, 대구 달서구을), 조원진 의원(대한애국당, 대구 달서구병)이 “동료 의원 지역구에 와서 이러면 되느냐”고 반발하며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감사반장인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 울산 남구갑)이 정회를 선언했고, 1시간 후에야 다시 재개됐다.

▲25일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의원은 ‘김재원 의원 사과값 대납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첫 질의에 나선 김영호 의원은 “청송 사과값 대납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현재 우리나라 수사제도의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7월과 9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찰이 불청구하면서 경찰의 수사 의지를 꺾어버렸다”며 5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호 의원은 “검찰이 수사 초기 사건 일괄 송치지휘로 경찰은 사실상 수사를 종료했다. 검찰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김재원 의원 혐의를 별건으로 수사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했지만, 하지 않았다”며 수사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의지가 달랐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영호 의원은 “김재원 의원과 당시 박화진 경북경찰청장은 특수 관계였다. 김재원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 할 때 박화진 청장은 정무수석비서관실 치안비서관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대구지검) 의성지청을 자기 집처럼 편하게 전화해서 청탁한 사례가 있다. 이 사건 담당 검찰이 의성지청이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원 의원(자유한국당,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은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박화진 전 경북경찰청장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정무수석비서관실 치안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경북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김영호 의원이 당시 ‘청송 사과값 대납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 지능수사대장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자 윤재옥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에 나섰다.

윤재옥 의원은 “경찰청에서도, 선관위에서도 동료 의원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사과를 선물을 주고 비용을 대납한 부분은 전체가 무혐의가 됐다”며 “자칫하면 김재원 의원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고, 그동안 법사위, 행안위에서 충분히 언급됐기 때문에 동료 의원 입장도 감안해서 질의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다시 김영호 의원이 “저 역시 동료 의원 실명이 거론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배려하는 차원에서 의혹을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반박했고, 윤재옥 의원은 “아직까지 법 위반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동료 의원 이름을 계속 이야기하고는 것에 대해 적절한 선에서 해주시면…”이라고 재차 질의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원진 의원이 나섰다. 조 의원은 “동료 의원의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계속 이렇게 이야기합니까. 여당 아닙니까”라며 “야당에서 해도 받아들이는 기관들이 압박을 받는데, 여당 실세 의원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외압 안 받겠어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안 맞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국정감사 감사반장인 이채익 의원도 “300분의 의원이 같이 의정활동을 하는 것을 실명으로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선관위에서 경찰에서 이렇게 계속하시면 그분의 지역구가 경북 아닙니까. 그 의원의 정치 생명은 어떻게 됩니까”라며 윤재옥, 조원진 의원에 동조하는 발언에 나섰다.

공방이 이어지자 윤재옥 의원은 오후 4시 42분께 “위원장님, 감사가 정상적으로 안 되고 있어요. 왜냐하면 동료 의원 지역구에 와서 이런 발언을 계속한다는 것은 국정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정회하세요. 고만하세요”라며 국감장을 떠났고, 조원진 의원도 뒤따라 국감장을 벗어났다.

▲25일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감사반장을 맡은 이채익 의원이 정회를 선언한 후 김영호 의원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어 이채익 의원이 10분간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 모두 국정감사장을 벗어나 대화를 나눴고,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 42분이 되어서야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가 재개됐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인 오후 7시 30분께 김영호 의원이 ‘김재원 의원의 사과값 대납 사건’과 관련해 추가 질의를 요청하면서 다시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김영호 의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질의 기회를 요청했지만, 이채익 의원이 국정감사 종료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질의는 이어가지 못했다.

2017년 7월 경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송사과유통공사 임직원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 일부가 당시 한동수 청송군수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한 군수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2013년 설과 추석에 한 군수와 군의원 3명이 김재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지인들에게 10㎏ 사과 상자 300여 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김 의원 명의로 보낸 사과는 1,370만 원 상당으로 청송군청이 돈을 지불했다. 검찰은 한 군수와 군의원 3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