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송전탑 반대 목사 노역형에 주민들, “할매 도운 죄밖에”

반대 시민 징역 6개월 선고에 이은 노역···사법부 향한 원성 깊어져

21:55

“아이고 우리 할매들 도와준 죄밖에 없는데 목사님 꼴을 이렇게 만듭니까”(삼평리 주민 김춘화 씨)

청도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과 함께했던 목사, 인권단체 활동가가 벌금형을 선고받고 노역을 결심하자 청도 주민이 안타까운 심정을 토했다.

노역을 결심한 이들은 윤일규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와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다. 이들은 2014년 8월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한전과 경찰에게 항의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당초 윤일규 목사에게 같은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기소를 했다. 윤일규 목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윤일규 목사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윤일규 목사는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지난 8월 7일, 김제남 의원이 공사 현장에 방문했을 당시 공사현장 입구에서 한전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함께 있는데 갑자기 한전이 트럭을 빼려고 했고 한전 직원들에게 둘러싸였다. 그 상황에서 오히려 한전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윤일규 목사

25일 오후 4시, 노역형에 들어가기 직전에 열린 ‘고난받는 삼평리 주민 연대자들과 함께 하는 거리기도회’에서 윤일규 목사는 “함께하면서 더 많이 연대하지 못하고 투쟁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노역형을 하며 다시금 반성할 것”이라며 “송전탑 공사로 끝나지 않는다. 생명과 평화의 나라가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으로 함께할 것이다. 삼평리를 기억하고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금교 대구NCC인권위원회 목사는 “윤일규 목사는 경찰과 한전이 강제로 진행하는 송전탑 공사로 고난받는 삼평리의 주민과 함께했을 뿐이다. 다른 목사들도 윤일규 목사처럼 약자와 함께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일규 목사는 거리기도회 이후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다. 벌금 100만 원은 노역형 10일에 해당한다.

한편, 청도 송전탑 관련 기소자는 24명 60여 건으로, 앞서 최창진(33) 씨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바 있다. 이외에도 당시 연대했던 시민들의 재판이 진행되며 수백만 원의 벌금이 선고됨에 따라, 사법부를 향한 원성이 깊어지고 있다.

▲2014년 7월 21일 청도 송전탑 반대현장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