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연속기고]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장우영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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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19:06 | 최종 업데이트 2018-12-04 14:15

[편집자 주=23일부터 10회로“정치(선거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구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기고를 연재합니다. 연석회의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정치 개혁이며, 정치를 바꾸는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생각한다. 민심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대구 정치, 나아가 한국정치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다’고 밝히고 있다.]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
② 반쪽짜리 청년주권, 선거권·피선거권 낮춰야 – 우리미래 대구시당 대표 정민권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바꿨다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장태수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시간대는 촛불집회와 전임 대통령 파면 이후 권력교체와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세우기의 역사적 길목을 건너고 있다. 혹자들은 이를 촛불혁명이라고 웅변하지만 레토릭(rhetoric)이 실체를 가려서는 안 된다. 즉 혁명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서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권력교체는 민주주의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즉 거대하게 분출된 시민 항의는 제도의 권능으로 완성되었고, 또한 급진적인 체제변혁이 아니라 절차적인 권력이동으로 귀결되었다.

▲2016년 11월 19일 박근혜 퇴진 3차 대구시국대회 [사진=김도균]

또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촛불 이후의 상황이다. 새 정부는 적폐청산의 기치로 구태를 일소하고 있지만, 내부의 적폐는 가벼이 여기는 우를 범하고 있다. 아울러 제도적인 정치개혁은 거의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당의 정치개혁 의지도 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제도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촛불집회의 결실은 반감되고 있다.

20대 국회도 어느덧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마도 엄동을 지나 춘풍이 불 무렵이면 현역 의원들은 21대 총선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할 것이다. 무엇보다 절반에 가까운 교체율로 인해 공천은 현역 의원들의 사활이 걸린 전쟁터이다. 그리고 예선을 통과하면 더 혹독한 본선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탓에 산적한 정치개혁 과제들이 때를 넘겨 해결되기가 요원하다는 것을 우리 대의정치는 역력하게 입증해왔다. 따라서 현시점은 촛불집회 이후 정치개혁의 소명을 달성할 수 있는 적기이자, 대의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요긴한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의정치 개혁의 두 개의 큰 축은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이다.

그런데 여야가 개헌의 타이밍을 놓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발판으로 개헌을 추동해야 하는 역순의 국면에 놓여있다. 즉 현재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 의제라 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요체는 지역구 중심의 대표체계와 승자독식의 선거구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 중 정치적 대표체계는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상당히 진전되어 이제 정치적 결단과 합의만 남은 상황이다. 이 개혁의 골자는 지역구 일변도의 대표체계를 비례대표와 양립하는 대표체계로 개편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현행 대표체계 구도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5.4:1로서, 정치가 지역 이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엄밀히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지역이 특정인의 정치적 볼모로 동원되거나 지역을 숙주로 삼는 기득권의 고착도 지역구 중심의 정치행태에서 비롯된다. 전반기 국회가 막을 내릴 무렵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초선의 비례대표 의원들 대다수가 지역구를 찾아 전전하는 모습도 이 때문이다.

둘째, 왜곡된 의석 분포 비율 덕에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25.5%의 정당득표율을 가지고서도 국회의석의 41%를 장악하는 최대 수혜를 누렸다. 당시 새누리당 또한 막상막하의 수혜자였던 반면, 정당득표율 2위를 기록한 국민의당은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그리고 주요 진보정당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였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은 10월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러한 결과는 제도의 막강한 권능과 함께 양당제가 변화하기 어려운 맥락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부연하면 20대 총선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을 제안했지만, 결국 정치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카르텔은 사활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지키는데 매진했다.

그렇다면 국회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비례대표 정수를 확충해야 한다. 단적으로 독일·뉴질랜드·일본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각각 50.0%, 45.8%, 37.8%지만, 한국은 15.7%로 민주주의 국가군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따라서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 수준으로 조정하고, 정당과 국회 내부에서 비례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구와 정당 득표를 연동하여 의석을 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는 지역구 선거 결과 당선자수가 정당득표울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분을 비례대표의원으로 충원해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조응시키는 합리성이 강점이다. 앞에 언급한 독일과 뉴질랜드가 제도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 국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혁 방안이 손쉽게 도입될 리는 만무하다. 우선 주지하듯이 국민여론은 의원정수 증가에 절대 부정적이며, 비례대표의원의 활동과 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더욱이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스스로 지역구 의석을 줄이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진정성과 합리성을 갖춘 정치력이 요구된다.

첫째, 국회의원 세비 총액 규모를 유지한 상태에서 의원정수를 늘이되 그 증가분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가령 유럽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각각 7만 명과 5만 명인 반면 한국은 17만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세비 총액을 유지하는 국회의원들의 자기희생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둘째,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저항 세력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다. 특히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의 공약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약속 파기이자 책임정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집단의 연대와 캠페인으로 양당의 기득권을 해소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하면 제도정치 내에서도 민주당의 결단과 승자독식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통해 정치개혁의 물줄기가 터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제 촛불집회의 결실을 맺기 위한 정치개혁의 장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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