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임금피크제 개별 동의 ‘서명 강요’ 불법 논란

병원, "강압 주장 사실 아냐...임금 손해 최소화 위해 개별 동의 진행하는 것"

18:08

경북대병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개별 동의를 받는 가운데, 관리자가 서명 여부를 감시, 강요하는 등 불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주장이?제기됐다.

26일 오후 12시 30분, 경북대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는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대병원은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안을 설명한 후 회의록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근무를 마친 직원들을 퇴근시키지 않고 부서장이 따로 불러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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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에 내린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이라는 부당한 지시 때문에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출근하기가 괴롭다. 경북대병원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전체 직원 과반에 개별 동의 서명을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날뛰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명백히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집단적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년이 10년 남았다고 밝힌 경북대병원 간호사 A 씨는 “데이, 이브닝, 나이트 3교대 근무를 한다. 그런데 관리자들이 동의를 받자고 붙들고 있으면 교대를 못 한다”며 “내가 원하는 근무표를 받기 위해서는 수간호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약점을 중간 관리자들이 이용하는 것이다. 교육에 참석시키고, 동의서를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우리한테 불리한 임금피크제 교육을 왜 듣고 있어야 하나 모르겠다”며 “정말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면 노조부터 설득하라”고 말했다.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구지부장 직무대행은 “수간호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회의고, 설명을 듣고 나면 회의록에 사인하라고 한다. 노동자들이 충분한 토론 속에서 찬성, 반대 입장을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며 “수간호사의 강압 속에서 이루어지는 서명은 명백히 불법이다. 때문에 설사 이번 개별 동의가 직원 절반을 넘더라도 무효이며, 불법적인 동의로 임금피크제를 강행한다면 법적 대응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개별 동의를 중단하고,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논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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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북대병원은 강압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 관계자는 “직원 설명회 후 개별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설명회에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서장이 부서 직원에게 설명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청에서도 개별 동의를 받는데 사업자 개입 여지가 없도록 하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서 더 신경 쓰고 있다”며 “오히려 노조에서 직원들에게 설명회에 가지 말라느니, 사인하지 말라느니 이야기하고 있다. 직원들이 임금피크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 동의를 할지 말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조의 단체협상 요구에 대해서는 “노조가 과반수가 안 되기 때문에 노조와 합의하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와 합의가 되면 수월하겠지만, 작년 경험으로 봤을 때 노조가 계속 반대하면서 협상이 결렬되면 또다시 장기 파업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며 “정부 지침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계속 거부할 수는 없다. 어차피 도입해야 할 거 임금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별 동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정부 지침에 따라 10월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경북대병원은 지난 20일부터 직원 설명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 개별 동의를 받고 있다.?경북대병원의 임금피크제(안)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의사직, 임시직을 제외한 병원 모든 직원에 적용되며 정년 도래 1년 전부터 호봉 승급을 정지하고, 임금피크제 전환 직전 1년 임금의 72%만 지급한다.?병원의 계획대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적용되는 인원은 2016년부터 5년간 135명이다. 반면 병원이 계획하는 신규 채용 인원은 35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경북대병원 임금피크제 도입 직원 개별 동의)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체계?개편 관련 경영혁신지침(안)’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총인건비 인상률 전체를 인정하고, 12월 말까지 도입 시 총인건비 인상률의 3/4, 올해 미 도입할 경우 총인건비 1/2을 상한으로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