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연속기고] ⑦ 대한민국 선거, 투표권은 평등하지 않다

신원호 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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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2 17:29 | 최종 업데이트 2019-01-15 17:21

[편집자 주=12월 23일부터 9회로 “정치(선거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구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기고를 연재합니다. 연석회의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정치 개혁이며, 정치를 바꾸는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생각한다. 민심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대구 정치, 나아가 한국정치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다’고 밝히고 있다.]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
② 반쪽짜리 청년주권, 선거권·피선거권 낮춰야 – 우리미래 대구시당 대표 정민권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바꿨다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장태수
④ 선거제도 개혁으로 ‘아재정치’에서 벗어나자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남은주
⑤ 8년 전에도, 현재도 교사·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다 – 민중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송영우
⑥ 절반의 득표율로 독점당한 지방의회 –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조광현
⑦ 대한민국 선거, 투표권은 평등하지 않다 - 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원호
⑧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선거법 –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장 성상희
⑨ ‘유시민 사표론’을 아시나요? –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장우석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이해찬 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인하는 가슴 아픈 대목이었다. 문제의 심각함은 그가 7번째 국회의원을 역임 중인 여당 대표라는 것에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선거가 진행될 때면 장애인 인권단체는 투표소 모니터링을 한다. 모니터링의 결과로 “여전히도” 투표의 충분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한다. 지체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2층에 투표소가 설치된 곳이 많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했다. 당시 한 유권자가 직접 투표를 요구하자, 선관위 직원, 투표참관인이 2층에 있던 투표함을 1층으로 옮겨왔다. [사진=뉴스민 자료 사진]

투표소가 2층 이상이지만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1층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선관위 직원이나 보조인이 투표함에 넣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심지어 공정성을 이유로 선관위 직원이 보는 앞에서 투표하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 배치나 보조 용구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사전투표소의 경우 아예 접근할 수 없는 곳들도 많다.

더불어 현재 투표시스템은 발달장애인에게 친근하지 않다.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냈는지, 정책과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제작한 자료가 없다. 발달장애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그림투표용지도 필요하다. 한꺼번에 많은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일수록 투표용지가 많아지기에 투표방법을 쉽게 알려줄 자료와 안내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이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한 제도나 필요성이 법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표를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은 비장애인의 기준에서 설계되어 있다.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간소한 사전투표는 오히려 장애인의 참정권을 더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언제나 장애인 정책이 국가 정책 중에 가장 마지막 순서였음을 보여주는 장애인 참정권의 현실이다.

우리 모두는 투표할 권리가 있다. 이런 권리는 법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의 선거 참여 시간을 보장하도록 노동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10조

하지만 현실은 헌법 1조 1항과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설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투표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35.8%는 투표일에 출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 2016년 대구 성서산업단지는 법정공휴일인 선거일에도 어김 없이 공장이 돌아갔다.

그리고 5월 초의 징검다리 연휴와 겹쳐 소위 ‘황금연휴’라고 불렸던 19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중소 제조업체 46%는 정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1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비정규직 투표실태’에 따르면 투표 기권자의 64.1%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기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사전투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날도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기사=선거일에도 돌아가는 공장, “투표? 언제 마칠지 모르니까…”)

예컨대 새벽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현재의 투표 시간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시간 노동자들이 있다. 특히, 비정규 노동자일수록 하루의 노동이 하루의 생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투표를 위해 그 일당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관련 기사=[6.13지방선거:경북민심번역기] 투표할 시간 없는 구미 노동자)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투표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노동자가 직접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란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투표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온전히 나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투표권 행사에 배제되지 않는 충분한 투표시간. 우리에게는 그런 보편적이고 평등한 투표권이 필요하다.

▲신원호 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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