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땅, 영덕 핵발전소 주민투표는 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덕핵발전소주민투표-연속기고] (1) 영덕군민 권태용 씨

14:41

[편집자 주=정부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영덕.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에 우려를 드러내면서, 오는 11월 11일, 12일 양일간 핵발전소 건설 찬반 주민투표를 예정하고 있다. 정부는 핵발전소 신규 유치는 국가사무이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를 향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에 <뉴스민>은 다양한 입장에서?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주민투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기고를 실을 예정이다. 영덕군민 권태용 씨의 첫 글이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최근 TV 여행드라마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신 구씨가 광고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게로 유명한 고장이 바로 영덕이다.

영덕은 경북 포항시와 울진군 중간에있고, 동해안 바다와 내륙으로는 낙동정맥을 끼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겨울과 봄에는 ‘영덕대게’를 찾아 전국의 미식가들이 몰려온다. 여름에는 장사해수욕장?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과 옥계계곡으로 피서를 오는 도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을에는 ‘자연산 송이’의 최고 생산지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가지는 곳이다. 바다 쪽으로는 일명 ‘블루로드’로 불리며 해국 등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고 있고, 기암절벽에 바다경관이 속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하다. 해풍을 맞은 약초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여 1년 내내 이 해안길을 걸으러 오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영덕 블루로드 전경.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노물리 일대 320여㎡에 140만㎾짜리 원전 4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영덕관광포털 홈페이지]
▲영덕 블루로드 전경.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노물리 일대 320여㎡에 140만㎾짜리 원전 4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영덕관광포털 홈페이지]

고향인 영덕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냇가에서 멱감고, 산과 바다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 추억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 간직할 소중한 것이다. 이처럼 빼어나게 아름다운 나의 고향 영덕은 지난 30여 년 동안 ‘방폐장’(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처리하고 관리하는 시설) 건설 문제로 아픈 고통을 겪었다. 정부에서는 국책사업을 빌미로 ‘방폐장’ 건설을 위해 행정력과 자금력을 동원하여 주민 간 갈등을 유발시켰고, 그때의 갈등으로 지금도 주민들은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덕이라는 공동체가 주민 간 갈등이 치유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방식) 건설을 계획하고 강행하려 하고 있다. 영덕 지역주민 전체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줄 ‘핵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의견수렴은 물론 제대로 된 공청회나 설명회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영덕에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 전기가 부족한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이미 건설된 천연가스 발전소도 가동을 못 해 10곳 중 6곳은 휴업상태일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래를 위해 건설해야 한단다. 전기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핵발전소’ 관련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전기가 많이 필요한 서울과 수도권 인근 지역에는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5시간 이상 떨어진 청정지역 영덕에 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인천 등 대도시는 인구가 많아 저항이 많을 것을 예상하여 인구가 적고 저항세력이 약한 곳으로 지정한 것으로 추측해 본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30km 지역인 영덕과 부근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그리고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사능은 영덕 지역 농수산물 오염은 물론 바다,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 우리나라 모든 생명을 파괴할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방사능을 유출하여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핵폐기물은 적어도 수 만년 동안 지구 생명체와 격리해야 할 만큼 위험하다.

이런 위험한 ‘핵발전소’에 대해 정부는 영덕 주민에게 제대로 된 위험성을 알려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지원금으로 주민 간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주민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을별로 관광을 보내주고, 수박?복숭아?쌀을 돌리며, 관공서 행사 때 차량 협찬하고, 해외관광까지 보낼 정도로 대규모 자금살포를 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군민들의 주민투표가 ‘국가사무’라며 ‘불법’이라고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

올해 영덕군의회, 지역 언론사,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에서 영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핵발전소’ 건설 반대 비율이 약 60% 넘게 나오고 있고,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약 70% 가까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 영덕군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투표를 통해서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민심과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 민심인 주민투표 결과를 가지고,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내려고 한다. 영덕 ‘핵발전소’ 건설 문제는 영덕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의 생명, 건강, 먹거리 등의 문제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진행하는 영덕군민의 주민투표에 온 국민이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