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해도 본전” 중구청장 몽니···중구 빠진 대구 신청사 협약식

류규하, 기존 위치 건립 타당성 용역, 이전 시 대책부터 요구
김태일, “이전한다는 전제 자체가 1도 없어”
권영진, “이전 시 대책 말하는 순간 이전 기정사실화···중구에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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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5 18:18 | 최종 업데이트 2019-04-25 18:41

25일 오후 3시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신청사 건립 성공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 현장은 기존 시청사 위치를 고수하려는 류규하 중구청장과 오상석 중구의장의 몽니를 어르는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애초 대구시는 김태일 신청사건립공론화추진위원장, 권영진 대구시장,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구·군 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을 먼저 체결한 후 비공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약 전에 할 말이 있다는 류규하 구청장이 포문을 열면서 약 50분 가량 공개 토론이 선행됐다. 토론은 류 구청장과 오상석 의장이 더 머물 이유가 없다며 협약식장을 벗어나면서 종료됐다.

▲김태일 공론화추진위원장(가장 오른쪽)이 이전을 전제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류규하 구청장(제일 왼쪽)을 설득하고 있다.

류 구청장과 오 의장 등은 “기존 자리에 존치해도 중구는 본전”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현 위치 신청사 건립 여부를 묻는 용역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시에 이들은 만약 이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존터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류 구청장은 “100년 이상 이어온 현 위치에서 타당성 조사도 없이 (다른 구·군과) 똑같은 형편으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시청사를 가진 구청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타당성 조사를 먼저 해서 이곳이 도저히 입지가 안 맞다고 하면 도심공동화에 대한 대책과 중심 상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유치 신청을 받아서 신청사를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구청장은 “현 위치 건립 가능 여부부터 타당성 조사를 하고 연구단을 활용해서 신청사를 현 위치를 하든지. 다른 부지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장기적 로드맵을 만들어서 진행하는게 맞다”며 “중구에 타당성 조사가 되고 도저히 이 자리가 안 된다고 하면 그때 유치전을 펼치는게 맞다. 저는 그것에 대한 답이 없으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재차 덧붙였다.

류 구청장은 또 “중구는 이 자리에 존치하는게 본전”이라며 “다른 구는 가져가는 것 자체가 대박이고 못 가져가도 다른 구도 못 가져간 것이 된다. 기존에 시청이 있는 구와 없는 구를 똑같이 대우 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시청사를 보유한 지자체로서 일종의 가산점을 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오상석 의장 역시 “무엇이든 현 위치가 타당한지를 조사한 후에 리모델링을 하든지, 신축을 하든지 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며 “청장 말씀에 저 역시 100% 동감한다. 청장님하고 저는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을 보탰다.

류 구청장과 오 의장이 같은 입장을 반복하자 김태일 공론화추진위원장과 권영진 시장, 배지숙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전을 전제한 게 아니’라면서 두 사람을 달래려 애썼다.

김태일 위원장은 “중요한 전제가 틀렸다. 중구에 있던 시청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신청사를 지어야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빠져나간다는 전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영진 시장도 “현 청사가 있는 곳의 구청장과 의장으로서 말씀 취지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스스로 이전 사업이라고 규정 짓지 마시라. 이전 사업이 아니다. 시청사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데는 두 분 다 동의하실 것이다. 청사를 현 위치에 새로 지을지 이전해서 지을지는 시민적 결정에 맡기자고 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지숙 의장은 “오늘 이 자리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위해 모인 자리”라며 “지금 보면 서로 못 믿는 것 같다. 책임 있는 지도자들께서 신뢰를 안 하는데 어떻게 주민들이 우리 구청장님, 시장님을 믿을 수 있겠느냐. 공론화위가 활동할 수 있게끔 상호 신뢰와 협조를 약속하는 자리인데 이러는 건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류한국 서구청장도 “중구청장, 중구의장님 말씀은 현실적으로 주장할 수 있고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전체 250만 대구시민을 대신해서 일하는 만큼 넓게 보시고 각 구청 입장을 대변할 때 충분히 중구청 의견도 반영할 수 있을 거라 본다. 현재 진행되는 과정이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류 청장을 달랬다.

조재구 남구청장도 “보시면 신청사 ‘이전 성공 추진’이 아니라 ‘건립 성공 추진’을 위한 것이다. 마음 푸셔도 될 것 같다. 같은 입장 단체장으로서 공론화위가 정말 공정하게 하겠지만 시끄러울 수 있다”며 “중구민들에게 현 청사가 나갈 경우에 도심공동화 현상에 대한 대책도 함께 검토해주시라”고 제안했다.

여러 단체장이 거듭 오해를 풀고 협약식에 함께 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류 구청장과 오 의장은 끝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오후 3시 50분께 협약식장을 벗어났다. 이후 협약식은 권 시장과 배 의장, 남은 단체장, 의장 등 16명만으로 진행됐다.

▲협약식장을 벗어나는 류규하 구청장이 취재진에 둘러쌓여 있다.

한편, 이날 토론 과정에서 권 시장은 시청을 이전할 경우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우려를 알지만 대책이 공개돼 나가는 순간 중구가 불리해진다. 그 대안 없이 추진하겠느냐?”며 “하지만 대안을 내놓는 순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게 전제되어 버린다”고 중구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김태일 위원장은 “공론화위원장으로서 탈락 지자체에 대한 반대급부는 원칙적으로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에서 지도자들의 정치적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저는 반대급부는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리지만 제 이야기와 별도로 여러분이 정치력을 발휘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게 지역 사회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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