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국정교과서 반대 대구 촛불 150명 동참…”고시 철회”

대구·경북 역사학도, "펜 아닌 온몸으로 역사 써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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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대구에서 처음 불을 켠 ‘국정교과서 반대’ 촛불은 떨어지는 빗줄기도 끄지 못했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6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3주 동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이야기했던 시민들은 “확정 고시 철회”를 외쳤다. 대구·경북권역 역사학도 네트워크가 주최한 촛불집회에는 150여 명의 생과 시민이 모였다.

지난주 이 자리를 찾았던 오지원 씨(18)는 오늘도 어김없이 촛불을 들었다. 오 씨는 “오늘 이 자리에 교복 입은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게 정말 유감이다.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난 국민이고 대한민국 학생이다. 우리는 학생으로서 배울 권리가 있고, 올바른 교육을 받을 의무도 있다”며 “그런데 권력을 잡은 어떤 이들이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려고 한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한 나라의 역사가 5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기이한 현상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압니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좌우를 살피듯이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을 건널 때 한쪽만 보고 건너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신호등이 되어야만 합니다. 누군가 무작정 앞으로만 걸어갈 때 우리가 신호등이 되어 당당하게 멈춤을 외쳐야 합니다. 어른들의 일이 아닙니다. 이제 그 칼날은 우리에게 향했습니다. 저들의 선빵에 쫄지 마십시오. 우린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 박경미 씨는 “사태의 본질은 역사를 거꾸로 만들어 장기 집권을 꿈꾸는 자들이 정치적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역사는 어느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작은 소망들이 모여 형성된 공공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진돗개 이름 정할 때는 국민 여론을 물으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중대한 문제는 왜 우리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느냐. 우리 5천 년 역사가 진돗개 이름만도 못 하다는 뜻인가. 이렇게 역사를 가벼이 여기는 현 정권 속에서는 절대 훌륭한 역사 교과서가 나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대학교 사학과 학생 이계호 씨도 “국가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예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았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정말 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가지길 바란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대착오적인 국정화 작업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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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시민들은 ‘국정화’로 삼행시를 지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했다.

가란 치도 잘하고 국민을 잘 보살펴야 하는데, 화합은커녕 분열만 조장하는 국정화 반대한다”, “민을 니맘대로 정신 개조하겠다고? 화난 국민들 맛 좀 볼래!”, “국가의 원수 박근혜 씨, 정상화는 당신 정신부터. 안그러면 화악 마 그냥 마!” “국제적으로 정말 화끈거립니다”, “국가를 정화하겠다고 국가를 화장시키냐?”, “국가의 새 일꾼들에게, 정정당당하게, 화나지 않게”, “국가가 정하는 5천 년 역사, 정상입니까? 화가 납니다”?등 다양한 삼행시가 모였다.

김한결?대구·경북권역 역사학도 네트워크 대표(경북대 사학과)는 “조선 시대 최고의 폭군이었던 연산군도 ‘내가 두려운 것은 역사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역사를 자기가 새로 쓰려고 한다”며 “이런 박근혜 정부를 막으려면 함께 모여야만 한다. 오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구·경북권역 역사학도 네트워크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었던 노동자의 피땀,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름 없이 쓰러져간 선배 열사들의 생명 없이는 우리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 왜 그 역사를 기술하면 ‘자학’이고, 감추면 ‘자랑스러운 역사’가 된단 말인가”라며 “이토록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보 어디에 올바른 역사, 올바를 역사관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거리로 나서 더 격렬하게 싸울 것이다. 우리 역사학도들은 이제 역사를 펜이 아닌 온몸으로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구·경북 역사학도 네트워크의 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는 권역별 릴레이 촛불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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