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영덕주민투표 하루 앞두고 관광버스로 원전홍보관·온천·식사접대까지

    식사자리까지 동행한 한수원 직원 "주민기금으로 다녀와...동행한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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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천용길 기자] 1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영덕 주민 30여 명과 버스를 대절해 온천과 단체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민들은 마을기금을 통해 관광을 다녀왔다고 했지만, 한수원 직원이 동석한 가운데 저녁식사 자리가 진행 중인 현장을 <뉴스민>이 확인했다. 영덕 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를 하루를 앞둔 시점이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5시 30분께, <뉴스민>은 주민투표를 홍보하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로부터 주민 30여 명과 한수원 직원이 영덕읍내 모 식당에 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식당에는 마을 주민 30여 명과 한수원 직원 2명이 동참한 가운데 식사 중이었다. 한수원 직원에게 어떤 일로 자리를 만들었냐고 묻자 “대답하고 싶지 않다.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식사 중이니 나가라”고 대답했다.

    마을 주민과 버스 기사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영덕군 영덕읍 천전리 주민이었다. 이들은 10일 오전부터 버스를 대절해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홍보관 견학과 덕구온천에 다녀온 참이었다.

    식사자리에 참석한 주민 여러 명에게 식사비 출처를 묻자 “마을 기금으로 다녀온 것”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한수원 직원도 “마을 기금으로 주민들이 견학을 다녀오는데 안내한 것 뿐”이라면서도 “(한수원은) 일상적인 홍보활동을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원전홍보관 견학을 위해 마을 기금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한수원 이영일 건설본부장과 통화하니 일상적인 원전 홍보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며 “주민투표 하루를 앞두고 마을 주민을 데리고 관광하는 것은 향응성 접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민>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이영일 건설본부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후 6시 30분경 식사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은 버스에 탑승해 마을로 돌아갔지만, 한수원 직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식사비를 누가 결제했느냐고 묻자 한수원 직원은 “마을기금으로 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버스가 떠나고 나서도 식사 대금은 결제되지 않았고, 한수원 직원만 식당에 남았다. 한수원 직원이 떠나고 난 다음 익명의 제보자는 “한수원 직원과 동행한 사람이 결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진철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 관리위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만약 투표 참여를 막으려는 방편이라면 한수원 측에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는 오는 11∼12일 이틀 간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신분증을 지참한 영덕 주민 누구나 투표할 수 있으며, 투표소는 모두 20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