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침해조사위,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회유·사찰 사과 권고

경찰 인권조사위, "송전탑 반대하면 자녀 불이익... 보상금 액수도 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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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21:25 | 최종 업데이트 2019-06-17 21:25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가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 대한 경찰의 회유·협박·사찰이 있었다며 경찰청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 정보관은 송전탑 반대 주민을 찾아 “자녀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하거나, 보상금 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삼평리 주민들은 17일 경북지방경찰청을 찾아 공식 사과와 한전·경찰 유착 관계 재수사 등을 요구했다.

진상조사위는 2018년 10월, 삼평리 송전탑 건설 사건에서 경찰 대응 적정성을 따져보고, 주민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위원 6명, 경찰 추천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는 청도경찰서 등 행정청이 생산한 기록물과 경찰관, 진정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경찰은 ‘과격시위자 및 주모자 중점관찰 등 특별관리’라는 문서를 생산해 주민을 사찰했다. 또, 2014년 7월 21일 송전탑 공사 강행 당시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주민들이 상해를 입었고, 한 여성의 옷이 벗겨지는 일도 있었다. 과도한 수갑 착용, 노약자에 대한 무리한 수갑 착용과 유치장 입감 문제도 지적됐다.

청도경찰서가 송전탑 반대 주민에 대한 순화·설득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청도서 정보관들은 주민들 집에 수시로 찾아가 한전과의 합의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에게 송전탑 반대 행동이 자녀나 손주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보상금 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도경찰서장 이모 씨는 2014년 8~9월 청도경찰서 정보계장 편으로 돈 봉투와 한과 상자를 주민에게 전달한 점도 재차 언급됐다. 이 씨는 2015년 2월 해임됐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죄로 2015년 5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사위는 “뇌물수수 사건에서 사법처리된 경찰은 이모 씨 한명”이라며 “뇌물수수와 관련해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 뇌물 규모, 배경과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불법행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특정 주민의 이름과 나이, 처벌전력을 파악하여 이들을 특별관리하고, 한전과의 합의를 종용하고, 반대 주민 등에 대하여는 이들을 ‘강성이고 좌파성향’이라 분류했다”라며 “경찰관직무직행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7월 21일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 강행 현장
▲2014년 7월 21일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 강행 현장

경찰의 인권침해 이외에도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전자파에 의한 주민 건강권 침해 ▲송주법 한계로 인한 재산권 침해 ▲한전의 송전선 경과지 주민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 주의 의무 미이행 ▲송전선로 건설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 등이 제기됐다.

삼평리 주민과 청도 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는 17일 오전 11시 경북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청도경찰서장 뇌물수수 등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해 재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서창호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오랫동안 청도 삼평리 주민은 고통의 눈물을 흘렸다. 조사위 발표를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과 책임소재,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밝혀지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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