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총장 재선거 묻는 경북대 교수총투표’에 제동 걸었다

교수회, “임용 제청 거부 판결 기다리기 어려워···구성원 의견수렴 할 것”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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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총장 재선거 묻는 경북대 교수총투표’에 제동을 걸었다.

11일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부장판사 김형태)는 자율성수호를위한경북대교수모임(교수모임)이 10일부터 진행 중인 교수 총투표에 낸 교수총투표실시금지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해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한다는 선택지를 기입한 투표용지를 이용한 투표에 관하여 투표용지의 개표, 집계, 투표결과 공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주문했다.

개표를 금지한 구체적인 이유로 재판부는 ▲가처분을 신청한 자(채권자)가 교수 평의회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와 재선거를 묻는 내용의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으며 ▲김사열 후보자는 투표 결과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고 ▲일부 교수와 총학생회 등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수회의 대외적 의사결정으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총투표를 결정한 임시평의회에서의 의결정족수 산정 방식이나 총투표가 의견수렴에 불과한지 등의 법정 쟁점을 가리기 위해선 법령과 학칙 등 관계 규정에 대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표 및 결과가 가져올 파급효과, 후속조치 또는 대응방안 등에 대해서 진지한 의견 교환이나 입장을 조율한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후에 개표 및 결과 공개해도 ‘자발적’ 의견수렴은 달성할 수 있다”고 주문 이유를 밝혔다.

교수모임 소속 이형철 교수(물리학과)는 “이미 교수회는 투표 결과가 재선거 진행으로 결정되면 재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 등을 통해 밝혔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라며 “총투표는 의결이지 의견수렴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 재선출이 불법인 상황에서 총투표를 통해 재선출 여부를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개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결정에도 교수회는 대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개표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갈등의 소지는 여전하다. 교수회 측은 총투표가 “투표 결과는 강제성이 없고 교수회 정책 방향에 참고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투표는 교수회 정책 방향에 참고하는 수준이 아닌 정책 방향을 의결하는 것이며 학교 정책 방향 등에도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문계완 교수회 의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총투표는 자발적 의견수렴일 뿐인데 결과가 파장이 있을 수 있다. 구성원들과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공개할 것”이라며 “대토론회 등 당사자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적법하게 선출된 후보자가 있고 교육부를 상대로 한 후보자의 소송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선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에 문계완 의장은 “소송을 제기한 일부 교수들의 주장일 뿐 교육부와 관계없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계완 의장은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소송이 3심까지 이어지더라도 교육부가 임용 제청 거부 이유를 밝히고 제청하지 않으면 다시 그 이유가 타당한지 소송이 진행될 것이다. 이를 다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9일 교수회는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임시평의회를 열어 교수 총투표 항목으로 ‘총장 재선출’ 여부를 묻기로 최종 확정했고, 10일부터 총투표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날 임시평의회에 참석한 일부 평의원들이 “총투표 거부”의사를 표하며 퇴장하고 일부 단과대학에서도 “총투표 거부” 입장을 내며 반발한 바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지난 29일 열린 26차 임시평의회에서 ‘경북대학교 총장부재사태 문제 해결방안’을 두고 열리는 교수 총투표로 ▲총장임용제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인지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할 것인지 묻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총투표 항목과 방식을 결정한 표결 당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논란과 “교육부의 위법한 임용 제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교수회는 9일 27차 임시평의회를 다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수회는 앞선 26차 임시평의회 의결을 따를 것을 다시 의결했다.

경북대는 총장직선제 폐지 이후 지난해 10월 선거를 치러 김사열 교수를 총장 후보자 1순위로 선출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총장 공석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사열 교수는 지난 1월 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가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