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 장맛비 속 1천명 모여...“퀴어 해방”

제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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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19:46 | 최종 업데이트 2019-06-29 20:02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1천여 명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단체들도 행사를 열었지만, 경찰이 입구를 차단하면서 충돌은 없었다.

29일 오후 4시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제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퀴어 해방 THE PRIDE"가 열렸다. 장맛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1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동성로를 벗어나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행사에 앞서 12시부터 대중교통전용도로에는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주한 벨기에, 독일, 호주, 영국, 아일랜드 대사관, 군인권센터 등 모두 50개 부스가 펼쳐졌다. 이날 벨기에, 아일랜드, 영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축제를 축하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스톤월항쟁 50주년이다. 스톤월항쟁은 전 세계 성소수자 운동의 시계를 빠르게 돌렸다. 지역 퀴어문화축제도 우리 인권의 시계를 빠르게 돌리는 축제의 장, 투쟁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비가 오더라도 우리는 여기에 있고, 우리의 인권도 여기에 있다. 비를 즐기며 더 당당하게 자긍심 넘치는 행진을 해주길 바란다"고 개회를 선언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민규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경남에서는 올해 처음 퀴어문화축제를 연다.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전까지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했던 일을 대구에서 하고 있다. 경남퀴어문화축제도 올해 그 일을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지역에서 다른 슬로건으로 축제를 하지만, 이 축제는 스톤월항쟁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성소수자가 숨어지내는 일이 많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열 번 넘게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대구에 감사드린다. 모두 함께 50년 전부터 외쳤던 '퀴어 해방'을 꼭 쟁취하자"고 말했다.

'퀴어연극제'의 연극, '서울드랙퍼레이드'의 드랙(Drag) 퍼포먼스, '월하백금'의 댄스 무대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오후 5시께 참가자들은 임보라 목사의 축복식으로 '자긍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과 자긍심을 가시화한지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성소수자 인권은 여전히 낮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퀴어 해방'이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길 바라며 축복하겠다"고 기도했다.

참가자들은 중앙네거리에서 공평네거리, 반월당네거리를 거쳐 다시 대중교통전용도로까지 한시간 가량 행진했다. 이들은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에프터파티'를 한 뒤 축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 대구경북CE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대구 퀴어 축제, STOP!'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로부터 탈출하세요", "동성애는 유전이 아닙니다" 등이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대구 시내 곳곳에서 물티슈와 전단지를 배포했다. 대중교통전용도로 입구 곳곳에서 길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과 충돌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퀴어 반대 측과 충돌을 대비해 경력 1,500명을 동원하고, 전체 행진 경로에 안전 펜스로 모든 입구를 차단했다.

지난 6월 28일은 스톤월 항쟁 50주년이다. 스톤월 항쟁은 1968년 6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경찰이 성소수자가 모이는 술집 ‘스톤월 인’을 급습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성소수자들의 반대 운동을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날을 기려 ‘퀴어 퍼레이드’를 연다. 대구는 지난 2009년 한국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퀴어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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