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생활기록부] 대구시의회 개원 1년, ‘만장일치 의회’

1년 동안 본회의 표결처리 1건
28년간 전체 안건 중 1.2% 표결처리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 안 돼···“청사 노후 탓”

18:27

[편집자 주=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개원 1년을 맞았다. <뉴스민>은 지난 1년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의정활동을 살펴보고자 특별 페이지 <지방의회 생활기록부(의회생기부)>를 제작했다. 의회생기부를 제작하면서 발견한 두 의회의 특징과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 특이점은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지방의회 생활기록부’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개원 1년을 맞아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6일 1년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대구시의회는 의원 발의 안건이 늘고, 시정질문과 5분발언도 지난 의회에 비해 늘었다고 밝히면서 “시민단체로부터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가 꾸린 ‘대구광역시의회 의정지기단’은 6개월간 의정활동을 평가하면서 조례 발의, 시정질문이 늘고 내용도 다양해졌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대구시의회가 눈에 띄게 변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하나 있다. 이른바 ‘만장일치 의회’라는 점이다. 1년간 처리된 안건 312건 중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 안건이 단 1건(0.3%) 뿐이다. 311건이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견이 큰 안건은 애초에 회의에 올려지지 못하거나 상임위에서 계류, 폐기됐다. 경북도의회가 268건을 처리하면서 44건(16.4%)을 표결한 것과 대조된다.

표결하지 않는다는 건 의견 조율이 잘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바꿔보면 조율되지 않는 안건은 다루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소수 의견이나 제안이 공론장에 개진될 가능성이 제약되어 있다는 의미다.

채장수 경북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는 “표결이 없다는 건 대구나 대구 시민사회가 굉장히 획일적이고 단합이 잘되거나, 다른 의견은 묵살되거나 둘 중 하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소수 의견이 아젠다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채 교수는 “소수의견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는 것이어서 다수의 횡포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소수의견도 낼 수 있고, 묵살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획일적인지, 묵살되는 것인지는 그간의 기록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대구시의회가 안건을 표결하지 않고 처리해온 건 이미 오래된 관행이다. 1991년 7월, 1대 대구시의회 개원 이후 2018년 6월 임기를 마친 7대 시의회까지 표결처리 안건은 63건에 불과하다. 8대 의회 들어 표결한 1건을 포함하면 64건이다. 28년간 처리한 안건 5,414건 중 1.2% 수준이다.

대구시의회가 표결하지 않는 관행을 굳혀 온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표결 절차의 번거로움을 꼽을 수 있고, 둘째는 특정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우선 표결 절차의 번거로움은 많은 시의원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전자투표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면 표결은 자연히 늘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북도의회는 2016년 전자투표 시스템을 갖추면서 표결이 늘었다. 시스템을 구축한 그해에 도의회는 안건 대부분을 표결처리했고, 2017년부터는 이견 있는 안건에 대해서만 표결을 해왔다.

김혜정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북구3)은 “거수 투표를 하면 직관적으로 보이고 편 가르기 밖에 안 된다”며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장인 이만규 의원(자유한국당, 중구2)도 “전자투표는 무기명도 가능하고 무기명이 아니더라도 버튼만 누르면 가능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시의회 시설이 낙후되어서 시스템을 갖출 여건이 안 된다. 청사를 새로 지으면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템 미비만으로 1.2%의 표결률을 설명하긴 어렵다. 시스템이 없더라도 의회에서 표결은 원칙적으로 필수다. 의장이 매번 ‘표결하겠다’고 말하고, ‘이의 없느냐’고 묻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구시의회에선 다만 ‘이의 없느냐’는 물음에 단 64번 이의가 제기됐을 뿐이다.

대구시의회에선 표결이 ‘불미스러운 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다. 2009년 ‘출산장려 및 다문화 정착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표결로 부결한 뒤 최문찬 당시 의장이 한 말이 상징적이다.

최 전 의장은 “5대 의회에 들어와서 본회의장에서 의안을 두고 표결까지 가는 이러한 사태가 오늘 있었습니다마는 사전에 조율 못 한 부분도 조금 있는 것 같고 서로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며 표결을 ‘사태’로 표현했다.

당시 의회는 29명 중 28명이 한나라당으로 구성됐다. 표결이 ‘사태’가 된 이유는 절대 다수를 같은 당이 차지해서 이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1998년 3대 시의회부터 대구시의회는 줄곧 자유한국당이 독점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5명을 시의회에 들여보내고, 부의장을 맡은 지금도 조건은 비슷하다. 민주당 시의원이라고 해도 25대 5 압도적 열세에서 아주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이견을 피력하는 게 쉽지 않다.

김동식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수성구2)은 “의회가 비등비등하게 구성된다면 더 활기차게 토론도 하고 찬·반 표결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조례 하나를 발의하고 통과시키는데도 한국당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사건건 이견을 표명하는 건 실효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표결로 지더라도 민주당으로서 기록을 남겨야 하는 사안이라면 표결까지 요구하겠지만 그런 사안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4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유일하게 표결이 이뤄진 안건은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다. 대구 민·군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일에 의회도 함께하자는 취지의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는 안건이다. 민주당 의원이 통합 이전 외에 공항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다룰 수 있는 특위로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찬성 26명, 반대 4명. 반대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