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생활기록부] 이 조례는 왜 유보, 폐기 됐을까?

지방의회에서 이례적인 조례안 유보·폐기
대구시의회, ‘노동이사 조례’ 유보-‘청소년의회 조례’ 폐기
경북도의회,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개정조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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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15:10 | 최종 업데이트 2019-07-09 15:24

[편집자 주=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개원 1년을 맞았다. <뉴스민>은 지난 1년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의정활동을 살펴보고자 특별 페이지 <지방의회 생활기록부(의회생기부)>를 제작했다. 의회생기부를 제작하면서 발견한 두 의회의 특징과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 특이점은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지방의회 생활기록부'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각각 조례안 169건과 167건을 심의했다. 그중 대구시의회 1건, 경북도의회 1건의 조례안이 심사 유보된 상태로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대구시의회에선 1건이 상임위원회에서 폐기됐다. 통상적으로 조례안은 발의 후 가장 가까운 회기에 처리된다.

폐기는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안건을 의미한다. 보통 상임위 유보 상태로 의원 임기가 종료되거나, 상임위에서 부결될 경우 폐기된다. 국회에서는 임기만료 등의 이유로 전체 법안 중 절반 가량이 폐기된다. 18, 19대 국회가 임기 만료했을 때 각각 51.9%, 57.2%가 폐기됐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20대 국회는 현재 전체 법안 중 1.5%만 처리한 상태다.

하지만 광역의회는 다르다. 대구시의회는 역대 의회에서 처리한 5,414건 중 52건(1%)만 폐기 됐고, 경북도의회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8대 의회(2006년)부터 현재까지 처리한 안건 2,186건 중 26건(1.2%)만 폐기됐다. 조례 대부분이 준비 단계에서부터 지자체 관련 부서 의견을 구하고, 법률적, 예산적 한계를 명확히 확인한 후 발의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방의회에서 조례가 유보 또는 폐기되는 이유는 법률, 예산 문제 외의 다른 정치적 고려일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지난해 9월 21일 발의된 ‘대구광역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노동이사 조례)’이 1년 가까이 상임위 계류 상태고, 지난 4월 12일 발의된 ‘대구광역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청소년의회 조례)’은 폐기됐다.

김동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성구2)이 발의한 노동이사 조례는 대구시 산하 공사, 공단과 대구시 출자·출연 기관 중 80명 이상 고용기관은 노동이사를 두도록 하는 조례다. 조례에 따르면 대구시 산하 기관 중 9개 기관에 노동이사가 생긴다.

하지만 아직 제도 도입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대구시 반대에 부딪혀 계류 상태다. 김동식 의원은 조례를 발의하고 지난해 11월에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 3월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대구경북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겼고, 결과는 9, 10월께 나올 예정이다.

김태원 의원(자유한국당, 수성구4)이 발의한 청소년의회 조례는 청소년이 관련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국 33개 지자체가 제정·운영하고 있지만, 대구시의회는 지난 4월 29일 상임위에서 표결해 부결시켜버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조례 없이도 청소년의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부결 이유로 제시됐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일부 극우 기독교 단체가 조례 제정에 반대하며 의원들을 압박했기 때문으로 확인된다. 한 의원은 “기독교 단체에서 찾아오거나 문자를 보내서 조례 제정을 반대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극우 기독교 단체 압박을 대구시의회가 그대로 수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시의회는 2017년에도 극우 기독교 단체가 반발하자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다.

경북도의회가 심사 유보한 조례안은 박영서 의원(자유한국당, 문경시1)이 발의한 ‘경상북도 저소득 주민 건강보험료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료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조례는 저소득층에 건강보험료나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지원해주던 기준을 만 원 미만으로 한 것을 ‘최저보험료’ 이하로 수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지원 대상 범위가 넓어지는 조례다.

조례는 지난 4월 12일 발의됐는데, 회의록을 살펴보면 관련 논의가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유보됐다는 결과만 확인된다. 조례안 상임위원회(행정보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최저보험료로 지원을 확대함에 따라 지원 대상자가 늘어나서 예산 추계를 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상자 규모나 도 지원 예산 사용 현황 등 관련 자료 요청을 해뒀는데 아직 자료가 다 넘어오지 않아서 심사를 유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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