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피눈물은 어디까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 박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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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0:14 | 최종 업데이트 2019-07-12 10:14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국적 아내가 한국인 남편에게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한 영상이 퍼지면서 전 국민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한국인 남편은 아이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여성을 상대로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수차례 폭행했다. 결국 해당 영상이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남편은 특수상해와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가해 남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수십 개씩 올라오고, 피해 이주민 여성을 돕고 싶다는 시민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론이 반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해자인 남편의 전 부인이 피해 여성이 자신의 전 남편의 내연녀였으며, 자신에게 이혼을 종용하는 말을 했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다. 전 부인은 피해 여성이 유부남인 남편을 만나지 말라는 자신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해 베트남에 가서 아이를 낳았다며, 지금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버젓이 키우고 있는 상황이 속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 상황에서 진정한 피해자는 전 부인이었다며 피해 여성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편이 가정폭력을 저지른 것은 잘못됐지만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죗값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의 베트남 여성의 한국국적을 주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급작스러운 여론 변화에는 ‘가정이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저지른 불륜은 그만큼의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숨어있다. 불륜에 대한 사회적인 개입은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비록 간통죄가 폐지되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불륜은 사법적 처벌 그 이상의 타인의 부정적인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륜’은 사생활의 문제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부장제 내에서 발생하는 혼외 성애를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 혹은 ‘금기를 뛰어넘은 낭만적 사랑’으로 치부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만 남게 된다. 가부장제 내에서 가정의 유지는 필연적으로 아내의 물질 및 정신적 헌신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그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야하는가? 이는 간단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에 마땅한 책임의 수단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일종의 처벌로서의 ‘폭력’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기인하는 젠더폭력에 더하여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지위가 낮은 출신국에 차별이 뒤섞인, 가장 가혹한 형태의 폭력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에서 남편에 의한 아내의 중한 신체적 폭력은 매우 심각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국 국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떠한가? 이 또한 국제 결혼자들이 국적취득을 미루고 불안정한 신분에 처하게 되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처벌’의 형태로 무기 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불륜을 저질렀으니 맞아도 싸며, 우리나라에서 떠나라’는 반응은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에 내재된 차별적인 권력 관계가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것과 다름없다.

이 같은 집단적인 도덕적 분노가 낳은 결과는 무엇인가? 불륜의 또 다른 당사자이자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남편의 존재는 ‘그는 그대로 형사 처벌을 받으면 된다’는 선에서 지워지고, 폭력의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에게는 온갖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부인과 현 부인의 주장이 맞붙으며 피해자들 간에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베트남 여성 폭력 사태는 증가하는 국제결혼에 있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미한 사회 및 정책적 논의가 진전되는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한 사람은 피눈물 나야 한다’는 말에서 ‘피눈물’이 또 다른 형태의 폭력과 차별을 의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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