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민의 민주주의가 이겼다, 유권자대비 투표율 60.3%

    저녁 11시 45분부터 개표 시작...주민투표 관리위 "방해 속에도 참여한 군민께 감사드립니다"

    23:48

    영덕군민의 민주주의가 이겼다. 한수원과 정부의 투표 반대 활동에도 영덕 군민 11,201명이?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 참여했다. 군수가 거부해 민간이 주민투표를 진행한 어려움 속에도 군민은 영덕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12일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위원장 노진철)는 투표인명부(18,581명) 기준 60.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선거권을 가진 만 19세 이상 영덕군 주민 34,432명(2015년 9월 기준)을 기준으로는 투표율 32.5%를 기록했다.

    ▲11월 12일 오후 9시 30분경. 11~12일 진행된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투표함이 영덕읍 개표장으로 도착했다.
    ▲11월 12일 오후 9시 30분경. 11~12일 진행된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투표함이 영덕읍 개표장으로 도착했다.

    오후 9시 30분 개표에 앞서 노진철 주민투표 관리위원장은 “영덕군수가 주민투표를 두고?불법 운운한 것은 영덕의 행정 수반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며 한수원이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수원 직원들이 블랙박스나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하고 고의적으로 소란을 유발하는고 투표에 참여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아 투표한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곳 투표소에서 관리관 확인을 거쳐 봉인된 투표함은 경찰 협조 아래 영덕농협 2층 회의실로 옮겨져 오후 11시 45분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영덕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발전소 건설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군민의 의사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타난 것”이라며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투표이니만큼 정부는 주민 의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핵발전소 유치 찬성 단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기한 공정성 의혹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들은 당초 민간 주도 주민투표가 법적효력이 없다고 무시해왔다. 그러나 투표 첫날 주민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이자 투표인명부 변동 등을 이유로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주민투표 추진위는 영덕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민투표 사무에 불참하면서 사전 서명한 유권자 명부(12,008명)로 투표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추진위는 서명하지 않은 주민도 신분확인을 거쳐 현장에서 등록할 수 있도록 했고, 이 때문에 유권자수가 늘어난 것이다.

    노진철 위원장도 “정부가 선거인 명부를 거부한 상황에서 관리위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민투표 동의 서명자 연명부였다. 이 가운데도 중복되거나, 전화통화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는 제외했다”며 “이 때문에 투표소에서 주민투표 유권자 명부 등록을 신규로 받았고, 투표 종료시점 기준으로 유권자 인원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투표인원을 점검한다며 투표소 인근에 인원을 배치한 원전추진특별위와 한수원의 투표 방해 행위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직원은 10일과 11일, 마을 주민 30~40여 명을 데리고 원전홍보관 견학, 온천 관광, 식사 접대를 한 사실도 확인돼 투표 불참 종용 논란이 불거졌다. 또, 투표소 근처에서 주민 동향을 파악하는 등 주민투표관리위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당초 주민투표 발의를 거부한 영덕군청도 투표가 진행된 이틀 동안 투표소 주변에 공무원을 배치했다. <뉴스민>이 입수한 ‘민간주도 주민여론조사 실시에 따른 안전대책 및 종합상황실 운영계획(안)’을 보면 투표소 20곳과 마을 순찰조를 40명씩 3개조를 운영했다.

    군청1

    ▲영덕군청과 9개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이 투표소와 마을 순찰을 다니느라 사무실이 텅 비었다.
    ▲영덕군청과 9개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이 투표소와 마을 순찰을 다니느라 사무실이 텅 비었다.

    찬성측·반대측 충돌을 예방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투개표상황을 파악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투표행위 및 투표소에 간섭하지 말 것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 추진위 측에 따르면 투표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투표법 제24조(주민투표결과의 확정)을 보면 주민투표권자 총수 1/3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 투표가 있으면 효력이 생긴다. 정부와 한수원은 신규 핵발전소 유치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삼척에 이어 영덕에서도 주민투표 결과 신규 핵발전소 유치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