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정의’를 위한 배제 / 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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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0:27 | 최종 업데이트 2019-07-19 10:28

지난 17일 손정은 MBC 아나운서는 개인 SNS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진정서를 제출한 계약직 아나운서 후배들에 대한 글을 썼다. 손 아나운서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행동에 대해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다”고 비판했다. 손 아나운서의 글에는 MBC의 정상화를 위해 파업을 했던 ‘우리’가 아닌, ‘너희’의 얼굴로 채워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은 기억하지 않느냐는 질책이 숨겨져 있다.

▲손정은 MBC 아나운서는 본인 SNS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진정서 제출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향해 개인적인 글을 썼다.

2016·17년에 입사한 그 후배들은 파업으로 만들어진 공석을 채우기 위한 1년 단위 계약직 아나운서였다. MBC ‘정상화’ 이후 MBC는 이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에 맞춰 계약 해지 및 재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과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근로자지위 가처분 인용 결정을 했다. 그리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5월 근로자지위를 임시로 인정돼 복직했고, 본안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낸 직접적인 이유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존재를 MBC에서 ‘지우려는’ 시도 때문이다. 근로자지위를 인정받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이었지만 사내 전산망을 이용할 수 없고, 9층에 있는 아나운서실이 아닌 12층에 따로 마련한 임시 사무실을 이용해야 했다. 업무 배정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업무 또한 배제당했다. 회사 사무실에 복귀했지만 실상에는 복귀하지 못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중은 계약직 아나운서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에 편승하여 MBC에 입사한 기회주의자들의 언론플레이라고 비난한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파업 당시에도 노조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선배들과의 유대관계를 잇기 위한 교류를 했음에도,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존재는 부정당한다. 대중의 시선은 그들을 포용하기를 거부한다. 대중의 정서상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부당한 권력의 지시로부터 저항하는 ‘정의’를 위해 파업을 하던 이들의 빈자리를 채운 ‘기회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손 아나운서와 대중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느끼는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의 암흑기를 만든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을 회사의 ‘부품’으로 사용하고 끝내 숨어버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적폐인지 아닌지를 추궁하고 그들에게 언론 탄압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계약직’이라는 이례적인 계약직 아나운서를 만들고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한 방송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 지난 구체제를 향해 분노해야 한다. 언론을 장악할 의도를 가진 경영진들의 기획으로 인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권리와 존중보다 회사의 명예가 우선시 된다면, 개인의 권리를 배제한다면, 정의는 ‘정의’로서 우리에게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계약직 아나운서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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