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축소’나선 정부, 입 다문 ‘대구시’

"대구시와 8개구군 사회보장사업 50여개 220억 여원 축소 대상"

16:58

DSC_6768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통제하는 계획을 밝히자 일부 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대구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도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후퇴 시도 저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내년도 지방 복지사업이 축소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서울시 등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지방자치권 침해’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11시 대구시의회에서 대경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등 29개 단체는 ‘지역복지·지방자치 축소 반대 대구대책위’를 발족했다. 정부가 지방비로 시행 중인 사회보장사업 1,496개 중 25.4%를 정비·축소할 계획이라며 “예산 편성과 교부금 교부와 연계하는 강제적 지방 통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11일 열린 11차 사회보장위원회(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위원회의 심의·결정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를 제출토록 했다. 정부는 이 조치로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이 조치를 따르지 않을 시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계획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당시 대표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안을 근거로 2013년 출범했으며, 주로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사회보장제도의 평가 및 개선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를 심의·조정하는 기구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보건복지위) 자료에 따르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지난 8월 지자체에 통보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에 따라 대구시와 8개 구군의 56개 사업(약 226억 원)을 통폐합·폐기 등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

대구시 정비 대상 사업에 포함된 곳은 대부분 장애인·노인·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드러났다. 김용익 의원실에 따르면 구체적 사업으로 ‘발달장애인자립지원사업’, ‘독거노인돌봄서비스’, ‘저소득층긴급생계비지원’ 등이 꼽힌다.

대구대책위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생사여탈의 권력을 행사하며 시민의 생존권을 볼모로 지방자치를 포기하라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대구시와 8개 기초단체는 지방비 100%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56개 226억 원에 달하는 복지사업을 통폐합해야 한다”며 “조례와 지방자치법에 의해 자체적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이 지자체의 기본적 전제인데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비상식적 행태에도 대구시나 구군 어디도 나서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권영진 시장이 약속했던 복지기준선 비롯해?대다수 공약이 휴짓조각이 되는데도 입장 표명이 없다”며 “대구시장, 기초단체장, 시의회와 구·군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침과 관련 지난 10월 서울시 등 26개 광역·기초단체장이 ‘지방자치권 침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한 바 있다.

정중규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지자체에 복지 재정이 부족하면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선 후에 공수표가 됐다. 오히려 지자체 복지 축소에 나선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고유사업과 자치권을 침해하는 중앙정부의 갑질이다”고 말했다.

김혜정 대구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정부가 미치지 못하는 지방복지를 지방자치가 실행하는데 이것마저 막겠다고 나서는 중앙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예산 편성과 지방교부금 조정 등으로 시민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들의 생존권 침해하는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유사 중복 사업으로 지정된 사회보장사업이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애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중앙정부에서 유사 중복 사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구시에서 시민 복지 부분에 필요한 것으로 책정한 사업이라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는 신규 사업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 중복 사업에 대해 정리하도록 지시된 것은 처리 기한 문제도 있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정구 등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대응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