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단결하라

[기고] 시/ 김수상

11:07

슬픔이여 단결하라

1

우리나라는 울기 좋은 나라다

울고 싶을 땐

유튜브에서 세월호를 검색하면 된다

검색에 익숙한 나는 이제

몇날며칠하고도 몇 날 밤을 더 울 수도 있다

웃음보다 울음과 친한 나는

유튜브에서 자주 우는 중이다

2

늦가을, 울 것이 하나 더 보태어졌다

농민 백 씨가 물대포를 직방直放으로 맞고

머리를 아스팔트 바닥에 박았다

(쾅, 소리가 났을 것이고, 물대포 소리가 그 소리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쓰러진 백 씨의 몸 위로 매운 물벼락이 더 쏟아졌다

부축하는 시민들의 몸 위로도 물대포를 퍼부었다

은유가 없는 시는 참 시시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은 은유가 별로 필요 없는 직방의 세상이다

바다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직방으로 나오더니

오늘은 수도꼭지의 물줄기만 보아도 슬픔이 직방으로 온다

웃음이 모이면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눈물이 모이면 이제 겁나는 것이 하나도 없겠다

눈물 때문에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우리는

두려움도 버리고 상처도 버리고

마침내 육신마저 벗어버릴 것이다

반짝이는 눈물만 데리고 우리는 슬픔의 나라로 갈 것이다

3

아, 물대포는 직방으로 오는데

우리는 맨몸으로 눈물을 뭉쳐 던지며 직방으로 맞선다

슬픔이 뭉치면 하늘이 나서서 돕는다

(물대포를 쏜 자들은, 쏘게 한 자들은 말할 가치도 없으니 생략한다 하늘도 그들을 생략할 것이다)

슬픔이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