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철의 멋진 신세계?] 기후위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정치적인 문제

0
2019-09-26 20:56 | 최종 업데이트 2019-09-26 20:56

“how dare you ;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이 말은 인류사회가 당면한 기후위기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스웨덴 출신 10대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서 한 말이다. 툰베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이라고 일갈하며,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물었다.

툰베리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기후위기에 맞선 세계 시민들의 대응행동에 앞장섰다. 그의 연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지금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파했다. 세계 각국 시민들도 기후위기 대응행동에 나섰다. 9월 20일을 전후해서 세계 140여 개 나라, 4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대응행동은 기후위기에 맞선 세계 시민행동의 새로운 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이에 동참하는 집회가 열렸다.

“헛된 말”로 세계를 현혹하는 한국정부

하지만 툰베리와 전 세계 시민들의 노력에도,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남기고 허무하게 끝이 났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이에 맞선 직접행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때에 열린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컸다. 그도 그럴 것이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자국의 대응 방안을 가져와서 세계에 약속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절대적 책임이 있는 국가와 기업을 제어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고서는 기후재앙을 막아낼 수는 없다. 이는 국가 차원의 결단이 이행되어야만 실현가능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뉴질랜드, 노르웨이, 칠레, 콜롬비아, 피지, 덴마크, 코스타리카 등 여러 나라들이 기존의 목표를 상향 조정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전향적인 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가인 중국, 브라질 등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87개 다국적 기업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협약했지만, 그 외에는 주목할 만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와 기업, 기관을 강제할 만한 실천방안도 특별히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은 실망 그 자체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후대응 방안 몇 가지를 제시했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일하고 공허한 연설이었다. 탄소배출을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고 녹색기후기금을 늘리겠다는 알맹이 없는 공약만 제시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새로 추가 건설 중인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과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 회의(P4G)’ 개최 선언처럼 핵심에서 벗어나거나 실질적이지 못한 제안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이라니? 대멸종의 위기라는 기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체감과 인식은 참으로 한가롭다. 탄소배출의 획기적 감축이 없으면 더 이상 인류사회가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인들의 상식이 돼가고 있는 현실에서, ‘푸른 하늘의 날’을 제정하자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세계 7위 탄소배출국으로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가, 영향력이나 실효성도 불분명한 P4G 회의 개최를, 기후위기 대응행동의 핵심적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장면 [사진=KTV 영상 갈무리]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이어 열린 P4G 준비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이라는 타락한 언어를 아무런 자성 없이 아직도 쓰고 있는 것도 심대한 문제지만,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오만이 아니면 기만에 가깝다.

녹색과 성장은 양립이 불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허사에 불과함을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 우리정부나 대통령의 눈에는 정녕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툰베리가 “당신들은 헛된(공허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갔다”고 말한 그 ‘헛된 말’을 다름 아닌 우리 대통령이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장면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기후위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정치적인 문제

기후위기의 본질은 결국 화석연료와 탄소경제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산업문명 시스템에 있다.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린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라고 했다. 이 책에서 기후위기는 음모가 아니라 사실이며,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 클라인은 자본이나 새로운 기술이 기후위기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공격했다.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의 탄소경제 시스템, 즉 자본주의와의 전면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있기 얼마 전인 9월 9일, 그레타 툰베리와 나오미 클라인이 만났다. 이 대담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비싸다는 세간의 걱정에 대해 툰베리는, “은행을 구하기 위한 돈이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 돈으로 세계를 구할 수도 있잖아요.”, “돈이 많이 든다는 논쟁에 대해서는, 저는 대응조차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진짜 많이 말했거든요. (우리에게) 돈은 있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치적인 의지와 사회적인 의지라구요.”라고 말했다.

툰베리의 명쾌한 답변처럼 기후위기를 막아낼 유일한 방법은 기후위기에 맞선 우리의 부족한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의지를 북돋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지금 당장’의 행동으로 옮겨 국가와 자본을 압박하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구적 재앙을 멈출 수 없다. 기후위기에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정치적 행동 말고는 다른 해법은 없다. 그리고 기후위기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광기에 사로잡힌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장 정치적인 문제다.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