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스쿨미투 1년, “교사 징계 넘어, 학교 페미니즘 필요”

대책위, "2018년 대구 스쿨미투 연루 교사 36명 중 24명 징계"
"성평등 침묵 아닌 공론장 활성화 돼야"

12:29

2018년 9월, 대구 ㅅ중·ㅎ고 ‘스쿨미투’ 사건 후 1년, 학교는 좀 더 성평등한 곳으로 바뀌었을까. 스쿨미투 문제를 만든 교사 징계에만 치중하고, 정작 성평등·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개선된 것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16일 오후 7시, 스쿨미투 대구대책위가 대구 중구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 스쿨미투 1년의 평가’ 집담회를 열었다. 집담회에는 스쿨미투 청소년 연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대구여성의전화, 전교조 대구지부 등 단체와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집담회는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가 후원했다.

학내 성평등을 주제로 진행된 집담회는 스쿨미투가 학내 성평등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발 이외에는 학생 역할이 주어지지 않아 수동적 피해자로만 여겨졌고 ▲교육 당국은 성평등 관련 통합적 관점 부재 속에서 가해 교사 처벌 등 사안 처리에만 급급해, 학내 성평등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고발자 신원 보호가 부실하고, 스쿨미투가 ‘교권 침해’라는 논리도 있어 말하기를 시작한 피해자가 느끼는 압박이 심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16일,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스쿨미투 집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영민 스쿨미투 청소년 연대 in 대구 활동가,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기획국장,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양지혜 위티 공동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는 “스쿨미투 이후 불편함 말하기가 쉬워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생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해코지 하려고 그러나’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발 학생이 나쁜 학생이 된다”며 “학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고, 가해 교사 처벌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다. 실질적 학내 성평등이 목표가 아니라 사건화됐을 때 처리에만 급급해서 이런 대응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쿨미투는 성폭력을 외화하고, 성폭력이 보편적인 경험이란 것을 드러냈다. 이제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성평등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언제든지 토론할 수 있는 새로운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결국 가해 교사는 돌아오고 피해자는 떠나게 된다. 스쿨미투가 제기된 학교는 제보자를 색출하고, 피해자 실명을 거론했다. 학교도 경험이 없고 매뉴얼도 없어 벌어진 일”이라며 “한국 사회가 성차별에 길들여져 있어 성차별을 인지하지 못한다. 인지 못 하는 교사에게 교육 몇 번으로 바꿀 수는 없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학교 안팎에서 성차별적 권력 구조를 성평등하도록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스쿨미투에 동료 교사들은 ‘교육하지 말란 소리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수 없으면 스쿨미투에 걸리고, 억울하다는 말도 나온다. 특정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일상의 문제”라며 “공론화보다는 잠깐 조심하고 지나가기를 바란다. 스쿨미투 후 1년이 된 지금, 좀 더 깊은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쿨미투 대구대책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대구 지역 스쿨미투 관련, 4개 학교 가해 교사 36명 중 조치된 교사는 24명이다. 이중 중징계를 받은 교사는 없다.

대책위는 2018년 9월 대구 ㅅ중·ㅎ고에서 스쿨미투 사건이 제기되자 10월 대구 청소년·여성·교육 관련 단체가 모여 결성했다. 대책위는 대구교육청에 제보자 보호 조치,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특별감사 등을 요구했다. 이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구지부가 스쿨미투 캠패인, 전국 스쿨미투 지원단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16일,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스쿨미투 집담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