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개헌 논의에 유승민, “지금 있는 헌법이라도 잘 지켜야”

“대한민국은 누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정의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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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대통령제 관련 ‘개헌’ 논의 운을 띄우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금 있는 소중한 헌법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며 중임제 개헌을 시사했고, 12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정책 일관성이 있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 필요성을 말했다.

이원집정부제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형태로, 대통령이 외교 등 외치를, ?국무총리가 내치를 분할 관장하는 제도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24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에서 “대구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헌법 조항이 무슨 의미인지, 현실이 헌법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개헌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있는 소중한 헌법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해, 친박계 홍문종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쓴소리했다.

“헌법이 잘 지켜지는지 의문”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인 만큼, 강연에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유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사회 전반의 발전을 결정하는데, 상상 이상의 힘”이라며 “정치에 참여하고 시위를 하거나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그런 분노를 폭발해서 정치 에너지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연의 주요 내용이었던 한국사회 양극화 문제 해법으로도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극화 문제는 경제성장을 통해 해결해야”하고, 양극화 해결 과제로 제기되는 ▲과학기술 투자 ▲주력 산업 양성 ▲저출산 문제 해결 ▲공교육 정상화 ▲기업·재벌 우선 증세로 세수 확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

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을 마칠?때 즈음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사람한테 지배를 당할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강연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강연 이후 참가자·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관련 의견도 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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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지역 물갈이론에 대해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져야 한다. 물갈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 퇴행”이라며 “어디든 같은 원칙으로 공천해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되든 안 되든 상향식 공천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리더의 자질을 묻는?말에는 “보수 세력이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리더는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 의사를 묻는?말에는 “정권을 바꾸지 않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 정부의 ‘종북몰이’가 심하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종북’이 문제라고 답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종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새누리당이 배격해야 한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은 순수하게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지만, 일부 북한 옹호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가 없다”며 “북한 문제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부류) 와는 새누리당이 절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강연에는 학생·취재진이 몰려 강연장 198석을 넘어섰다.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다 지난 7월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과정을 겪으며 오히려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유 의원의 입지가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