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퇴임, “톨게이트노조 요구 수용 어려워”

2015년 이후 입사자 고용 문제는 일부 의견 접점
임금 및 직무 문제, 손배 포함 쌍방 민형사 문제 이견

17:36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본사 로비에서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총선 출마를 위해 17일 퇴임했다. 퇴임 전 해결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16일까지 교섭을 벌였지만, 2015년 이후 입사자 고용 문제에 대한 일부 의견만 접근한 채 직접 고용 후 직무 문제, 손해배상을 포함한 쌍방 민형사 소송 문제 해결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이강래 사장은 본사 중식당에서 약식 퇴임식을 열고 미리 준비한 퇴임사는 사내 내부망에 올렸다. 애초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의 반발로 당일 오전까지도 퇴임식 장소와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

요금수납원 10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본사 정문에서 이강래 사장이 탄 차를 막기 위해 피케팅을 벌였다. 이 사장은 요금수납원들이 로비 안에서 집회를 위해 이동한 뒤 정문으로 들어온 거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퇴임사에서 “저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며 “특히, 긴 시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요금수납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강래 사장(사진=한국도로공사 홍보 영상 갈무리)

앞서 지난 11일 공사와 민주노총 교섭을 중재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 사장 퇴임식이 열리기 전까지 협상안을 도출할 계획이었다. 을지로위원회는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 우선 직접 고용 후 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하거나, 임시직 기간제로 고용 후 법원 판결에 따라 소급 적용하는 2가지 방안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공사와 민주노총은 17일 오전까지도 서로 입장을 재확인하며 실무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쟁점이던 2015년 이후 입사자 직접 고용 문제는 일부 의견이 접근했으나,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직무 협상, 서로 간 민·형사상 소송 취하 등이 쟁점으로 남았다.

이 사장은 퇴임사에서 “며칠 전 발표한 요금수납원 직접 고용 방침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면서도 “다만 민노총의 또 다른 요구사항인 ‘임금 및 직무 협상’과 ‘손배소 취하’는 수용하기 어려운 난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부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속히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승일 도시공사 자회사설립팀장은 “수납 업무는 자회사 업무이고, 직접 고용은 현장지원직으로 간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이미 직접 고용된 분들도 현장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을 다시 논의하자는 요구는 무리하다”며 “손배소 취하 문제도 당장은 어렵다. 본사 점거로 상처 입은 또 다른 직원들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본사 로비에서 결의대회를 여는 요금수납원들

이에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본사 로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강래 사장을 규탄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장도 “비참함이 느껴진다. 다시 싸워야겠다는 분노만 더 커졌다. 이강래는 도로공사에 와서 집단 해고라는 가장 큰 불명예를 남겼다”며 “그런 사람이 선거에 나가 또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으며 정치를 하는 건 안 된다. 함께 직접 고용되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봉진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자회사 정책을 밀어붙인 청와대, 그에 동조한 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며 “이 정부가 노동 존중이라 말하면서 내면은 노동자를 기만하고, 탄압하고, 친자본적이라는 것을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