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산문집,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출간

수성구 범어동 물레책방에서 출판기념회 가져
어린 시절 읽은 소월과 마크 트웨인이 작가의 밑거름

19:24

국어 교사인 이동훈 시인이 산문집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서해문집, 2019)를 출간했다. 첫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에 이어 5년 만에 출간한 이번 산문집은 작가의 시 4편과 백석, 김소월, 김남주 등 시인 42명의 시 48편에 대한 감상을 담았다.

▲수성구 물레책방에서 이동훈 작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사진=정용태 기자)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는 시인 백석, 이상, 김기림, 임화, 정지용의 시를 엮은 ‘1936년의 아름다운 시’를 첫 장으로 ‘맛있는 국수 이야기’, ‘김남주 시인과 책방 이야기’, ‘백석의 함주시초 꼼꼼 읽기’, ‘소월과 스승’ 등 12가지 주제로 58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 시인 가운데 백석에 집중했다. 첫 이야기를 백석(거미 가족을 걱정하는 백석)으로 하더니, 한 장을 떼서 ‘백석의 함주시초 꼼꼼 읽기’로 했다. 백석이 함주를 여행하며 지은 ‘북관’, ‘노루’, ‘고사’, ‘선우사’, ‘산곡’ 등이 실렸다.

명태(明太) 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며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新羅) 백성의 향수(鄕愁)도 맛본다

백석, ‘북관(北關)’ 전문

작가는 “시초란 것은 말 그대로 시를 뽑아 적는 일이다. 이동 지역과 관련된 백석의 시초는 일상을 떠난 여행자의 시선도 있겠지만 여행지의 인상, 체험, 생각을 자기화해서 시의 지평을 넓혀간 게 눈에 띈다”고 ‘함주시초’를 설명했다.

세 번째 장 ‘맛있는 국수 이야기’에서 작가는 “국수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데다 대게 편안한 사람들과 머리 맞대고 먹게 마련이어서 뒷맛이 개운하다. 국수에 일가견 있는 사람은 혼자 먹어도 좋은 게 국수라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할 텐데, 국수 마니아의 시편들을 통해서 이를 확인하게 되리라 믿는다”며 이상국, 백석, 윤관영, 우대식, 안상학, 김완 시인의 국수 이야기와 시를 들려줬다. 작가가 소개한 국수 시편 가운데 안상학의 시가 재밌다.

신문 지국을 하는 그와 칼국수 한 그릇 할 요량으로 약속 시간 맞춰 국숫집 뒷방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터억하니 두 그릇 든든하게 시켜 놓고 기다렸는데 금방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국수는 퉁퉁 불어 떡이 되도록 제사만 지내고 있는 내 꼴을 때마침 배달 다녀온 그 집 아들이 보고는 혹 누구누구를 만나러 오지 않았냐고 은근히 물어오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만 홀에 한 번 나가보라고는 묘한 미소를 흘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마당을 지나 홀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아연하게도 낯익은 화상이 또한 국수를 두 그릇 앞에 두고 자꾸만 시계를 힐끔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상학, ‘안동 숙맥 박종규전문

작가는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으며 제 글 자체가 또 한 편의 이야기가 되게끔 애를 썼다. 또한 전하는 이야기에 흥을 내려면 본인이 먼저 그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이 책에 소개한 대부분의 시는 제 마음에 한 번씩 각별하게 와 닿았던 작품들”이라고 서문에 적었다.

이동훈은 다사고등학교 국어 교사다. 2009년 월간 <우리시>로 등단하고, 2014년 첫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문학의전당)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