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해고간호사 박문진의 소망, “내려가면 춤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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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면 춤을 배우고 싶어요.” 74m 높이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200일 넘게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박문진(59)의 이야기다. 해고자 복직, 노조 파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묻지 않았다. 해고노동자라고 해서 늘 진지하게 ‘투쟁’을 외치고 있으라는 법은 없다. 잘 살고 싶어서 올라간 박문진의 소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영남대의료원 1층 로비에서 단식농성 중인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에게 박문진과 첫 기억을 물었다. 나순자 위원장은 “96년이었나, 병원노련 위원장 시절 제 생일 때 (박문진에게) 장미 꽃다발을 받았다. 저녁을 같이 먹고 영화를 같이 봤다. 남편한테도 받아보지 못했던 터라 기억에 남는다. 늘 낭만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단식 중인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74m 옥상에서 만난 박문진은 지난해 12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건넨 빨간 점퍼를 입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자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 보이차를 끓여서 건넸다. 사람이 그리울 때면 옥상에서 “우리 대구고등학교 야구부”를 만난다. 주말에 안 나오면 서운하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농성을 마치고 나면 “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오랜 동지인 나순자 위원장, 김진경 지부장과 같이 춤을 추고 싶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